공격적인 '채권 개미'…국채 대신 회사채로 비우량채도 쓸어담아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개인투자자의 회사채 순매수액(발행액-상환액)은 총 2조3678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1조271억을 순매수한 데 이어 2월 1조3407억원으로 더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010억원)과 비교해 57.8%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채권 개미들이 관심을 보이는 종목은 국채에서 회사채로 이동했다. 지난해 전체 채권 순매수 규모에서 국채 비중이 31%, 회사채는 27%였는데 올해는 회사채 순매수 비중이 30%로 국채(27.2%)를 역전했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 수익을 원하는 개미들이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리테일 시장에서는 AA급 우량채보다 A급 이하 비우량채의 인기가 더 많다. 예컨대 지난달 21일 열린 제주은행 신종자본증권(A+) 수요예측에서 전체 주문량의 94.3%가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으로 집계됐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은 리테일 시장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상품부 담당자는 “은행 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자 개인들이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제주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은 연 5.65% 고금리에 안정적인 은행 계열사여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기업들도 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이자 지급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SK리츠는 최근 연 4% 후반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매월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월 이자 지급 방식을 적용했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지만 이를 매달 주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도 월 이자 지급식 선순위 채권을 내놨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월 이자 지급식 채권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앞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표면금리뿐 아니라 기업의 신용등급과 재정 상황, 원금 손실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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