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5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한경DB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5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한경DB
아주대학교가 최근 교육부에 의대 신입생 정원을 큰 폭으로 증원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아주대병원 한 안과 교수가 사의를 표명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 A씨는 전날 병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제 아주대 병원 교수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비민주적인 밀어붙이기와 초법적인 협박을 일삼는 태도는 정말이지 견디기가 어려웠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 거대한 상황에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심하게 느껴 괴롭다"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아주대가 교육부에 40명인 의대 정원을 144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144명으로 증원 신청을 하는 것은 올바른 어른의 태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 협박당하고 국민에게 천하의 몹쓸 인간이 돼 비난받고 이제껏 노력한 결과들이 수포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의 손을 대학마저 매정하게 놓아버리는 것은 스승이라면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면 보일 수 없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태도를 앞으로도 견지한다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소중한 동료도 점차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에게 스승으로서 함께 지지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을 남기고 그만 사직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