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kt 위즈 경기. /한경DB
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kt 위즈 경기. /한경DB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스포츠 중계를 ‘차세대 킬러 콘텐츠’로 띄우고 나섰다. 거액을 투자해 독점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이뤄지던 경쟁이 스포츠 분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너도나도 스포츠 중계권 확보

'OTT 대전 2라운드' 이번엔 스포츠다…독점 중계권 확보에 사활
1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를 중심으로 OTT 업체 간 스포츠 콘텐츠 차별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티빙은 지난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3년간 총 1350억원에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맺었다. 직전 계약인 통신 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의 5년간 1100억원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티빙은 뉴미디어 분야 KBO리그 전 경기와 주요 행사 생중계,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권리, 중계권 재판매 사업 권리를 갖게 됐다.

스포츠 중계에 거액을 투입한 것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월드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프로그램 RAW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약 6조7000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10년간 중계한다. 직전 중계료가 5년간 13억 달러(1조7300억 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몸값이 두 배가량 상승했다.

그동안 축구 중계에 공들였던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콘텐츠를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4년간 약 350억원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쿠팡플레이는 이미 아시안컵, K리그,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등 다수의 프로축구 중계로 축구 팬 사이에선 필수 OTT로 통한다. 쿠팡플레이는 이달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중계로 전선을 넓힌다.

○가성비 좋은 효자 콘텐츠

'OTT 대전 2라운드' 이번엔 스포츠다…독점 중계권 확보에 사활
주요 OTT가 앞다퉈 스포츠 중계를 강화하는 것은 안정적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인기 스포츠 리그 중계로 볼거리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는 안정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한 명문 구단들이 고정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대거 확보할 기회인 셈이다. 애플TV도 지난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 리그 사커(MLS)의 독점 스트리밍 권한을 얻어 ‘메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는 중계권료 자체는 높지만, 일단 구매하면 시즌을 통째로 활용할 수 있다. 중계 인력과 해설진 구성을 제외하면 인건비도 적게 든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몸값 비싼 연출자, 작가, 배우 등을 섭외하고 제작하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스포츠는 가성비 좋은 효자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아시안컵 중계로 이용자 급증

효과도 즉각 나타나는 편이다. 지난 1월13일부터 2월11일까지 카타르 아시안컵을 중계한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이용자 수가 많이 늘어난 게 대표 사례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주요 경기 중계)과 쿠팡플레이(전 경기 중계)의 1월 일평균 이용자 수(DAU)는 각각 157만2172명과 101만3576명으로 전달 대비 각각 21%, 14% 뛰었다. 이 기간 넷플릭스(306만9232명)는 3% 줄었다. 이들은 경기 중계뿐 아니라, 여러 부가 기능과 콘텐츠를 시도하며 스포츠 팬을 사로잡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이번 아시안컵 중계에서 경기 결과에 어울리는 ‘엔딩곡’을 선정해 틀어 시선을 끌었다. 티빙은 채팅하며 중계를 보는 ‘티빙 톡’과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 등으로 차별화했다.

CJ ENM의 통합 디지털 마케팅기업 메조미디어에선 OTT 간 스포츠 중계권 독점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메조미디어 측은 “OTT 시장이 포화하면서 각 사업자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 중계를 주목하고 있다”며 “흥행이 불투명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도 매력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