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 실증단지에서 시험비행에 나선 ‘오파브’. /연합뉴스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 실증단지에서 시험비행에 나선 ‘오파브’. /연합뉴스
고흥만을 등지고 바라본 남도의 푸른 하늘 위로 작은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100m까지 고도를 높이던 비행기는 이내 아파트 20층 높이인 60m 상공에 자리 잡고 순항을 시작했다. 기체에 적힌 등록 부호가 맨눈으로 보일 만큼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나는데도 지상에서 큰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이뤄진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기체 사전 실증 비행 현장이다.

현실과 가까워진 ‘하늘 나는 자동차’

이날 비행의 주인공은 한국항공주연구원(항우연)이 만든 국내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올해는 우선 비도심 지역에서 기술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단계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쯤에는 서울 시민들이 하늘을 나는 UAM을 탈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UAM을 택시요금 정도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만든다는 게 개발자들의 청사진이다. 정기훈 항우연 국장은 “UAM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대중교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UAM은 승객이나 화물을 태우고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 도심 등 지역에서 이동할 수 있는 항공교통 체계를 뜻한다. UAM 기체는 대개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300∼600m 고도를 날게 된다. 현재의 UAM 개념은 미국 우버가 2016년에 발표한 ‘하늘을 나는 미래형 차량 호출 서비스’ 구상을 통해 처음 정립됐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헬리콥터, 소형 제트기 등과는 구분된다.

UAM을 현실로 만들려면 기체는 물론 이착륙 시설, 관제 시스템 등이 필수다. 활주로를 짓기 힘든 도심에서 기체가 수직으로 뜨고 내려야 하고, 소음과 온실가스 배출은 적어야 한다. UAM 기체의 이착륙장은 ‘버티포트’라고 부른다. 수직 비행(vertical flight)과 항구(port)의 합성어로 이착륙뿐 아니라 충전, 정비 등도 처리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기존 헬리콥터장에 비해서는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만큼 여러 기체가 동시에 머물 수 있어야 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비행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UAM 관제 시스템인 도심항공교통관리(UATM)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은 일반 항공기와 드론의 관제 시스템이 분리되어 있지만, UAM 보급이 본격화하면 새로운 관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김포공항~잠실 12분 주파 가능”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40년 국내 UAM 시장 규모는 약 13조 원, 세계시장 규모는 약 793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3조 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6만 개 안팎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은 UAM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승용차로는 73분이 걸리지만 UAM을 활용하면 12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