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주력 약품의 독점대리점 사장 윤 모씨 아들 A씨가 ‘나 홀로’ 채용된 2022년 상반기 회사 공채에서 ‘고학점, 고스펙’ 지원자가 대거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당시 입사 지원에서 또 다른 유한양행 관계사에서 일했던 사실을 경력으로 써냈는데, 이렇게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24년 3월 5일 자 A25면 참조

7일 본지가 입수한 유한양행 2022년 상반기 공채 서류전형 통과자 관련 문서에 따르면 해당 전형 합격자는 총 48명이다. 이 중 A씨를 포함한 6명이 최종 면접 대상에 올랐다.

해당 공개채용은 A씨를 뽑기 위한 채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인사전형 관련 메일을 보면 A씨는 '말씀 주신 직원' 등으로 표기돼있다.

A씨 아버지 윤 모씨는 유한양행이 이정희 전 대표(현 이사회 의장) 체제로 운영되던 시절 고문으로 영입됐고, 현재는 암 신약 관련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용은 의약품 해외 영업,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개척을 담당하던 부서(특목영업부)의 경력직 직원 1명을 뽑는 것으로 이미 A씨가 내정돼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공채 과정에선 신입과 경력자를 가리지 않고 지원을 받았는데, ‘해외 스펙’을 갖춘 사람 다수가 서류전형에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서류 통과자 중에선 최종 선발된 A씨보다 훨씬 화려한 스펙을 갖춘 지원자가 많았다.

미국 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유명 대학에서 약학 석사학위를 받은 B씨는 학부와 석사과정 학점이 각각 3.0, 4.0을 넘었고, 5년 넘게 국내 중견 의약품 제조사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6인의 최종 면접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SKY’ 중 한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 유명 주립대를 졸업한 C씨는 유명 대기업 사원으로 영어 통·번역 경험도 지원서에 적어내 서류전형을 통과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의 학점은 두 대학 모두 모두 3점대 후반이었고, 토익 점수로는 985점을 적어냈다.

이 밖에도 2단계 전형 탈락자 중에는 국내외 명문대 출신, 제약 업계 경력직, 토익 점수 900점 이상이 수두룩했다.

면접 대상을 뽑는 이 전형의 통과자는 A씨 포함 6명이었다. 최종 면접에 올랐지만, A씨에 밀려 탈락한 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미국 유명 주립대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친 30대 면접자 D씨는 특목영업부가 벌일 반려동물 관련에 적합한 수의과학을 전공했고, 관련 연구원 경력과 바이오 회사 사업본부 근무, 해외 영업 경력 등을 써냈지만 탈락했다.

캐나다 ‘톱3’ 대학 출신 신입 지원자와 영국 대학에서 학부, 석사 과정을 마친 모 대학 조교수도 A씨에게 밀렸다. 반대로 호주 대학 출신의 A씨는 졸업학점은 4.0 만점에 1.82에 불과했고, 서류전형 통과에 필요한 인·적성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서류-면접을 거쳐 그해 6월 유한양행에 정식 채용됐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경력직 해외 대학 졸업자의 경우 학교마다 평가 기준이 상이해 학점과 인·적성은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경력 사항을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당 문서에 따르면 A씨는 당시 M사와 G사 등 제약 관련 기업 두 곳에 총 2년을 다녔다고 회사에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M사는 유한양행이 그해 4월 최종 지분투자를 단행한 기업이고, G사는 2020년 유한양행과 신약 후보 물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관련 기업이다. A씨의 유한양행 입사 전에 이미 관계사에서 스펙을 쌓아왔고, 결국 목적지(유한양행)에 도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유한양행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A씨와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서의 갑론을박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인사 관련 메일 편집본 /제보자 제공
유한양행 인사 관련 메일 편집본 /제보자 제공
김대훈/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