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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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용 시장에서 IT(정보기술) 일자리는 사라지고 AI(인공지능)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기업들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라도 AI 인재를 적극 채용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릴랜드대가 일자리데이터 회사 링크업, 컨설팅업체 아웃리거그룹과 협력해 만든 'AI 일자리 지도'를 인용해 올 초 AI 관련 채용 공고는 2022년 말 대비 42% 증가한 반면 IT는 31% 줄었다고 전했다. AI는 알고리즘 또는 AI모델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일자리로, IT일자리는 광범위한 컴퓨터 및 수학 관련 직업군으로 분류했다.

AI·IT 일자리 개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IT 열풍'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급증했으나 2022년 팬데믹이 정점을 찍으며 다시 하락했다. 두 수치의 추이는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이후 엇갈렸다. AI 일자리 공고 개수는 반등한 반면 IT 일자리는 하락세다.
미국 메릴랜드대가 개발한 'AI 일자리 지도'에 나타난 2020년 이후 IT 및 AI 일자리 개수 추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메릴랜드대가 개발한 'AI 일자리 지도'에 나타난 2020년 이후 IT 및 AI 일자리 개수 추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아닐 굽타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AI 일자리는 챗GPT 이전에도 존재했다"면서도 "챗봇이 AI기술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옷을 입히자, 과잉 채용된 테크 인재 시장에서도 제품과 작업에 AI를 도입하는 방법에 눈을 뜨게 됐다"고 분석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 지난 1년 간 AI 관련 일자리 채용은 2.3% 증가한 반면 데이터 분석가·과학자는 30.5%,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개발자는 33.5% 감소했다. 지난 반년 기준으로는 AI 관련 일자리가 15.7% 늘고 데이터 분석가·과학자는 1.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개발자는 2.9% 줄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대대적인 감원을 실시하는 동시에 AI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유료구독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의료·약국 사업 부문인 '원 메디컬'과 '아마존파마시'에서 각각 수백명을 감원했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투자를 늘리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및 제품 이니셔티브에 집중하는 동시에 특정 영역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회를 확인한 결과 수백개의 역할을 제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만2000명을 감원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1월 "AI로 투자를 전환함에 따라 올해 추가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알렸다. 같은달 일자리 약 1만2000개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UPS는 AI가 빈 자리를 대체할 계획이라며 추가 채용은 없다고 했다.

AI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컨설팅업체 에이오엔이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약 4분의3은 AI 기술을 가진 신입사원의 평균 보수가 기존 직원에 비해 높은 '임금 프리미엄'이 정당하다고 답했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인 집리크루터에 등록된 AI 관련 직종 평균 연봉은 비AI 직종 연봉보다 최대 2만3000달러(약 3000만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