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사와 동행은 옛말…영화 '파묘'와 달라요"
장의사와 풍수사(지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700만 명 돌파를 앞둔 영화 ‘파묘’에서 그린 이 콤비 조합은 김기택 장례지도사(사진)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2009년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장률이 어느새 90%를 훌쩍 넘은 지금, 땅의 길흉을 점치는 풍수사와 짝을 이뤄 다니는 장의사는 더 이상 찾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지도사는 “과거엔 장지를 고르는 일도 중요한 장례 절차 중 하나였다”며 “소위 말하는 명당자리를 찾으러 산천을 돌아다니는 데 쏟던 노력을 이젠 다른 데 쏟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 소속의 김 지도사는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2014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 히말라야 원정대(2018년) 등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치른 장례 의전도 여럿이다. 전(前) 대통령들의 염습을 담당한 실력 있는 장의사로 나오는 ‘파묘’의 고영근(유해진 분) 캐릭터에 못지않다. 화장이 장례문화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파묘와 이장도 경향이 바뀌고 있다. 그는 “묫자리 때문에 파묘하는 일은 찾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김 지도사는 장의사의 역할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염장이·장의사로 불리던 시절엔 장지 선택에서 평토에 이르는 ‘장의’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장례 지도’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종합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 업계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조업 가입자 수와 선수금 규모는 각각 833만 명, 8조3900억원이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