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임원 기밀 유출 개입 수사해야"…HD현대중 "이미 종결된 사안, 유감" 표명
해군 차세대 주력 함정 수주 놓고 양사 사활…업계 "기술력 앞세워 건강한 경쟁돼야"
첫 국산 구축함 수주 신경전…한화오션, 경남서도 설명회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우리나라 특수선 업계를 양분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이 연일 격화하는 모양새다.

올 연말로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먼저 따낸 쪽이 후속함 건조에도 유리해 이를 앞두고 양측의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6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전날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연 데 이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있는 경남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회견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 행위에 대한 중대성을 강조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한화오션 전신인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자료 등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뒤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했다.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 심의에서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4일 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사내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임원의 지시나 개입 없이 수년 동안 군사기밀을 빼돌려 내부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며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정부에서 행정지도를 했으니, 마치 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전날 한화오션의 설명회 후 입장문을 내고 "문제가 제기된 사안은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며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임원이 불법 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있는 만큼 수사를 통해 청렴서약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봐달라는 것으로 아직 끝난 사안이 아니다"며 "설명회 자료는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에 나온 걸 그대로 인용한 것일 뿐 짜깁기가 아니다"고 재차 반박했다.

첫 국산 구축함 수주 신경전…한화오션, 경남서도 설명회
양측 갈등이 커지는 것은 이번 KDDX 사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천t급) 6척을 발주하는 것이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7조8천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개념설계가 함정 초안을 그리는 것이라면 기본설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무기체계 및 각종 장비 등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전까지가 사전 준비 단계라면 함정 건조를 위한 세부 설계를 수행하고 함정을 구현하는 최종 설계 작업이다.

이를 통해 초도함 건조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곳이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아 왔다.

이후 단계인 후속함 건조에서도 초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사실상 입찰을 따내기 쉬워 양측은 올 연말로 예정된 상세설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화오션이 이번 방사청의 행정지도 결정을 반박하고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에 임원진 개입이 있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도 이 같은 중요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고발전이 시작된 데다 양사가 특수선 분야에서 비등한 기술력을 갖춘 만큼 실제 입찰이 있기 전까지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규모로 보나 사업의 중요성으로 보나 두 업체 모두 놓쳐선 안 될 기회"라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보다 기술력을 앞세워 건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국산 구축함 수주 신경전…한화오션, 경남서도 설명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