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에도 텅빈 캠퍼스…휴학·수업거부에 의대 학사운영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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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강행에 의대생들 '집단실종'…일부 대학, 개강 연기하기도
이달 중하순, 학사 정상화 여부 가늠할 '분수령' 될듯 3월 개강을 맞아 대학들이 일제히 활기를 찾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국 의과대에서는 동맹휴학 신청과 수업·실습 거부로 학사 운영이 '파행'을 빚고 있다.
의과대학을 설치·운영하는 40개 대학이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3천400여명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까지 '삭발식'에 참여하는 등 학사운영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집단 휴학신청에 수업·실습 거부…개강에도 '썰렁한' 캠퍼스
5일 교육부가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절차 등을 지켜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5천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28.7%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다.
교육부가 휴학을 신청했으나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아예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까지 학칙으로 정한 요건과 관계없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1만3천698명이었다.
휴학은 승인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의 이런 상황은 3월 개강과 맞물려 활기를 찾은 다른 학과 강의실·실습실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대 의대 본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연건캠퍼스 교육관을 비롯해 의대 강의동 복도는 대부분 조용했고, 강의실들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학생관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작년에 건강상 이유로 휴학해서 이번 학기에 휴학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수업을 듣고 있다"며 "개강이나 수업 일정이 미뤄지진 않았지만, 150명 정원 강의에 학생이 7∼8명만 들어올 정도로 한산하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의학통계학' 강의가 예정됐던 이러닝센터 강의실은 텅텅 빈 모습이었다.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아예 의대에 한해 개강일을 11일로 미뤘지만, 다음 주가 되더라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동구 한양대 의대는 예정대로 개강했지만 본관 건물의 의학학술정보관은 텅 비어있었고, 맞은편 본과 4학년이 이용하는 열람실은 형광등조차 꺼진 상태였다.
비수도권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선대 의대는 전날인 4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3∼4학년 실험·실습수업이 모두 연기됐다.
전남대 의대도 지난 달 19일이었던 개강을 2주일 미뤄 6일 개강할 계획이지만,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출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개강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단체행동에 참여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의대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게시판에 "(선배들이) 단체행동에 대해 기명 투표로 참여 여부를 묻고, 참여하지 않는 인원에게는 개별적으로 학생회에서 전화로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협조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은근히 압박했다"고 적었다.
이어 "'왜 반항하지 못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10여년을 같은 학교·병원에서 보내야 하므로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학이 정부에 대규모 증원을 공식 요청하자 교수들도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광대에서도 의과대학장을 비롯한 교수 5명이 보직 사임했다.
◇ 이달 중하순, 학사운영 정상화 여부 '분수령'
의대는 통상 다른 학과보다 이른 2월 중순께 개강하는데, 전국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집단 휴학계가 제출되거나 수업·실습 거부 움직임이 있어 대학들은 개강을 미루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은 3월 중순으로 한 달 가까이 개강을 늦췄다.
단체행동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학생들이 '집단 유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부족한 수업은 주말이나 여름방학에 메꿀 수 있어서 이달까지는 일단 여유가 있다"며 "최대한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2학기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개강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대학가에서는 이달 중하순이 학사운영이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무한정 개강을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하순에는 뭔가 결정이 나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진짜 유급을 각오한 상황이라면 학교 차원에서는 차라리 유급보다는 휴학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달 중하순, 학사 정상화 여부 가늠할 '분수령' 될듯 3월 개강을 맞아 대학들이 일제히 활기를 찾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국 의과대에서는 동맹휴학 신청과 수업·실습 거부로 학사 운영이 '파행'을 빚고 있다.
의과대학을 설치·운영하는 40개 대학이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3천400여명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까지 '삭발식'에 참여하는 등 학사운영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집단 휴학신청에 수업·실습 거부…개강에도 '썰렁한' 캠퍼스
5일 교육부가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절차 등을 지켜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5천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28.7%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다.
교육부가 휴학을 신청했으나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아예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까지 학칙으로 정한 요건과 관계없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1만3천698명이었다.
휴학은 승인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의 이런 상황은 3월 개강과 맞물려 활기를 찾은 다른 학과 강의실·실습실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대 의대 본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연건캠퍼스 교육관을 비롯해 의대 강의동 복도는 대부분 조용했고, 강의실들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학생관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작년에 건강상 이유로 휴학해서 이번 학기에 휴학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수업을 듣고 있다"며 "개강이나 수업 일정이 미뤄지진 않았지만, 150명 정원 강의에 학생이 7∼8명만 들어올 정도로 한산하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의학통계학' 강의가 예정됐던 이러닝센터 강의실은 텅텅 빈 모습이었다.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아예 의대에 한해 개강일을 11일로 미뤘지만, 다음 주가 되더라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동구 한양대 의대는 예정대로 개강했지만 본관 건물의 의학학술정보관은 텅 비어있었고, 맞은편 본과 4학년이 이용하는 열람실은 형광등조차 꺼진 상태였다.
비수도권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선대 의대는 전날인 4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3∼4학년 실험·실습수업이 모두 연기됐다.
전남대 의대도 지난 달 19일이었던 개강을 2주일 미뤄 6일 개강할 계획이지만,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출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개강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단체행동에 참여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의대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게시판에 "(선배들이) 단체행동에 대해 기명 투표로 참여 여부를 묻고, 참여하지 않는 인원에게는 개별적으로 학생회에서 전화로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협조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은근히 압박했다"고 적었다.
이어 "'왜 반항하지 못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10여년을 같은 학교·병원에서 보내야 하므로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학이 정부에 대규모 증원을 공식 요청하자 교수들도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광대에서도 의과대학장을 비롯한 교수 5명이 보직 사임했다.
◇ 이달 중하순, 학사운영 정상화 여부 '분수령'
의대는 통상 다른 학과보다 이른 2월 중순께 개강하는데, 전국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집단 휴학계가 제출되거나 수업·실습 거부 움직임이 있어 대학들은 개강을 미루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은 3월 중순으로 한 달 가까이 개강을 늦췄다.
단체행동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학생들이 '집단 유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부족한 수업은 주말이나 여름방학에 메꿀 수 있어서 이달까지는 일단 여유가 있다"며 "최대한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2학기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개강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대학가에서는 이달 중하순이 학사운영이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무한정 개강을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하순에는 뭔가 결정이 나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진짜 유급을 각오한 상황이라면 학교 차원에서는 차라리 유급보다는 휴학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