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 자유' 명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프랑스 의회가 세계 최초로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로이터·AFP 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상·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에서 특별 합동회의를 열고 '낙태 자유 보장'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한 건 낙태를 합법화한 지 약 50년 만이다.
양원 합동회의는 극히 중대한 경우에 소집되는데, 이날 16년 만에 열렸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프랑스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정안이 이날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자, 의회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보편적인 메시지"를 보낸 "프랑스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비슷한 시각 에펠탑에선 '마이 보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내 몸이니 내가 선택한다)'란 슬로건에 불이 들어왔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결에 앞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우린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니 아무도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연설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낙태가 합법화되기 전 고통을 겪었던 모든 여성에 대해 국가 도덕적 채무를 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낙태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0년 7월 세상을 떠난 여성 인권 운동가 지젤 알리미를 추모하는 행사에서 '낙태할 자유'가 헌법에 명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이지만,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결을 폐기한 이후 개헌 움직임이 일었다. 여론도 긍정적이었다. 프랑스 여론조사 단체 IFOP의 2022년 11월 조사에선 프랑스 국민의 86%가 낙태권을 헌법에 포함하는 데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원은 지난 1월에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고, 상원은 2월 말에 그 법안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합동회의에서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의원이 소속된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보수적인 공화당을 포함해 의회에 진출한 프랑스의 주요 정당 중 어느 정당도 낙태 권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회 내 우파들의 저항이 실현되지 못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을 선거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개정안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의 명분을 이용해 그의 좌파 적격성을 높이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일부 우파 의원들은 낙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워낙 긍정적인 탓에 찬성 압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공화당 소속 제라드 라흐쉐 상원의장은 지난 1월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낙태권 자체는 지지하지만, 프랑스에서 낙태권이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며 "헌법에 모든 사회적 권리를 나열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개헌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 가톨릭계도 반발했다. 프랑스 의회의 '낙태권 개헌' 투표 직전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모든 정부와 모든 종교 전통이 생명 보호가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르사유궁전 근처에서는 낙태에 반대하는 시민 550여명이 모여 개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생명을 위한 행진'의 대변인 마리리스 펠리시에는 일간 르파리지앵에 "낙태는 자궁에 있는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로이터·AFP 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상·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에서 특별 합동회의를 열고 '낙태 자유 보장'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한 건 낙태를 합법화한 지 약 50년 만이다.
양원 합동회의는 극히 중대한 경우에 소집되는데, 이날 16년 만에 열렸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프랑스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정안이 이날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자, 의회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보편적인 메시지"를 보낸 "프랑스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비슷한 시각 에펠탑에선 '마이 보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내 몸이니 내가 선택한다)'란 슬로건에 불이 들어왔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결에 앞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우린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니 아무도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연설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낙태가 합법화되기 전 고통을 겪었던 모든 여성에 대해 국가 도덕적 채무를 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낙태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0년 7월 세상을 떠난 여성 인권 운동가 지젤 알리미를 추모하는 행사에서 '낙태할 자유'가 헌법에 명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이지만,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결을 폐기한 이후 개헌 움직임이 일었다. 여론도 긍정적이었다. 프랑스 여론조사 단체 IFOP의 2022년 11월 조사에선 프랑스 국민의 86%가 낙태권을 헌법에 포함하는 데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원은 지난 1월에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고, 상원은 2월 말에 그 법안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합동회의에서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의원이 소속된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보수적인 공화당을 포함해 의회에 진출한 프랑스의 주요 정당 중 어느 정당도 낙태 권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회 내 우파들의 저항이 실현되지 못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을 선거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개정안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의 명분을 이용해 그의 좌파 적격성을 높이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일부 우파 의원들은 낙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워낙 긍정적인 탓에 찬성 압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공화당 소속 제라드 라흐쉐 상원의장은 지난 1월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낙태권 자체는 지지하지만, 프랑스에서 낙태권이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며 "헌법에 모든 사회적 권리를 나열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개헌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 가톨릭계도 반발했다. 프랑스 의회의 '낙태권 개헌' 투표 직전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모든 정부와 모든 종교 전통이 생명 보호가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르사유궁전 근처에서는 낙태에 반대하는 시민 550여명이 모여 개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생명을 위한 행진'의 대변인 마리리스 펠리시에는 일간 르파리지앵에 "낙태는 자궁에 있는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