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세실업이 요가복 등 액티브웨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주력 제품이던 니트류(편직물) 시장 침체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자 성장세가 가파른 액티브웨어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지난해 19%이던 액티브웨어 매출 비중을 이른 시일 안에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액티브웨어가 돌파구"…한세실업, 美 175조 시장 공략

美 스포츠업체에 요가복 첫 납품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액티브웨어 수주 확대를 위해 최근 TD(기술 디자이너) 부서 내 전담팀을 신설했다. 액티브웨어 TD팀은 제품 개발과 디자인, 생산 등 과정에서 품질과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액티브웨어는 요가복과 같은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와 아웃도어 등 기능성 의류를 포함한다. 요가복으로 유명한 ‘룰루레몬’이 대표적인 액티브웨어 브랜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미국 액티브웨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65억달러(약 142조원)에서 2027년 1316억달러(약 175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갭’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 등이 전문 브랜드 등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다.

한세실업이 액티브웨어 수주 확대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은 캐주얼, 셔츠, 정장 등 니트류를 주로 생산해왔다. 주요 매출처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 월마트와 갭 등이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미국 스포츠용품 유통사인 딕스스포팅굿즈로부터 액티브웨어 물량을 처음 수주했다. 딕스스포팅굿즈는 ‘칼리아’라는 여성용 액티브웨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칼리아는 올해 1월 ‘인스파이어’라는 요가복을 출시했다. 한세실업은 인스파이어의 초기 출시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샘플 제작, 납품 등 전 과정에 관여했다.

“액티브웨어에 대규모 투자”

한세실업의 액티브웨어 사업은 김익환 부회장(48)이 주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세실업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79)의 차남이다. 그는 작년 10월 베트남에서 연 글로벌 기업설명회(IR)에서 “니트류 비중을 낮추고 액티브웨어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세실업은 이와 함께 룰루레몬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생산라인을 액티브웨어 위주로 재편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지난해 19% 수준이던 액티브웨어 매출 비중을 이른 시일 안에 3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세실업의 지난해 매출은 1조708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전년 대비 22.5% 줄었다. 영업이익은 1682억원으로 6.3% 감소했다. 주요 고객사인 미국 대형 유통업체의 의류 판매가 소비 침체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이 올해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고 조정이 일단락됐고, 액티브웨어 등 고단가 제품 비중이 높아지며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세실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7.7%로 전년 동기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