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행방불명자 발굴 유해 413구 중 144명 신원 확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기적적으로 형님의 신원이 확인돼 너무 기쁩니다.

"
[줌in제주] "76년 만에 찾은 형님" 4·3 유족 채혈로 신원확인
지난달 20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 유해발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고(故) 이한성씨의 동생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은 감격에 겨운 마음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읍 화북리 출신인 고 이한성씨는 26세 때인 1949년 군법회의에서 불법적인 재판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후 행방불명됐다.

그는 행방불명된 이후 76년 만에 유해의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신원확인 보고회에서는 이씨 외에 1950년 7월 예비검속된 이후 행방불명된 고 강문후씨(당시 48세)에 대한 보고회도 진행됐다.

이들 2명은 유가족 채혈을 통한 유전자 감식으로 그간 발굴된 유해들과 대조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다.

유전자 감식 관련 팀은 4·3희생자 유가족이 자발적으로 채혈한 283명의 채혈 분과 제주공항 발굴 유해의 유전자를 일일이 대조하는 방법으로 이들 신원을 확인했다.

유전자 감식을 주도한 이승덕 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유족들의 채혈 참여로 유해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씨의 신원확인은 희생자의 아들, 손자, 손녀뿐 아니라 동생과 그의 손자까지 총 9명의 채혈 참여로 인해 이뤄질 수 있었다.

유전자 감식은 2019년부터 기존 직계 판별을 넘어선 방계 6촌까지 판별이 가능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줌in제주] "76년 만에 찾은 형님" 4·3 유족 채혈로 신원확인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등은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2006년), 제주공항(2007∼2009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2021년), 안덕면 동광리(2023년) 등에서 총 413구의 행방불명자 관련 유해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4·3 행방불명 희생자는 143명이며, 대전 골령골에서도 1명의 신원이 유전자 대조로 확인됐다.

제주4·3 당시(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불법적인 군사재판과 예비검속 등으로 끌려간 도민 중 3천678명이 행방불명됐다.

이들 상당수는 도내나 도 이외 지역에서 학살돼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신원이 밝혀진 유해가 발굴된 제주공항에서는 1949년 10월 군이 군법회의를 통해 사형선고를 내린 249명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으로 연행된 500여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줌in제주] "76년 만에 찾은 형님" 4·3 유족 채혈로 신원확인
하지만 발굴된 유해 중 270구의 신원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덕 교수는 "신원을 찾은 사람보다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70여 년 된 유해에서 유전정보를 얻으려 노력 중인데 유전정보가 있음에도 신원을 확인 못 하는 유해도 있다"며 "4·3 유가족들의 많은 채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감식을 위한 유가족 채혈은 제주시 한라병원과 서귀포시 열린병원에서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채혈 대상은 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직계·방계혈족(방계 6촌까지 가능)이며, 기존에 채혈한 유가족은 다시 채혈하지 않아도 된다.

유가족 채혈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제주4·3평화재단(☎ 064-723-4363)으로 문의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