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의 ‘Sookmyung Women’s Univ. Station’. /페이스갤러리 제공
서용선의 ‘Sookmyung Women’s Univ. Station’. /페이스갤러리 제공
올해 국내에 둥지를 튼 해외 갤러리들의 전시 트렌드는 ‘한국 작가’다.

2017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뉴욕 3대 갤러리’ 페이스갤러리는 국내외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8인의 작업을 모은 기획 전시 ‘Time Lapse: 어느 시간에 탑승하시겠습니까?’를 내놨다.

다른 갤러리들이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를 발굴해 소개한 것과 달리 페이스갤러리는 이미 국내외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정욱, 김진희, 류노아, 박광수, 서용선, 이우성, 이재헌, 정수정 등 참여 작가 모두 글로벌 아트페어와 갤러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페이스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한국인’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대신 작품의 주제에 중점을 뒀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관계자는 “단순히 작가들을 알리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이는 ‘주제전’을 선보이고자 했다”며 “이미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들을 하나의 주제를 정해두고 모으는 시도가 더 새롭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쟁쟁한 8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내세운 주제는 ‘인물’.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개인이 가진 경험들을 각각 개성이 다른 인물화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페이스갤러리는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관을 통틀어 이들 8인의 인물화 세계를 펼쳤다.

한남동 길거리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작품을 볼 수 있는 페이스갤러리 1층. 이 자리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서용선의 작품이 놓였다. 그는 현재 네 곳의 갤러리에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학고재 개인전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로 이름을 알린 이우성의 인물화도 함께 걸렸다.

2층과 3층 전시관에 소개된 류노아는 중세풍의 그림 속에 유머를 숨기는 작가다. 유럽에서나 볼 법한 분수대에 빠져 일광욕을 즐기는 인물을 그린 그림의 제목은 ‘수행자’.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갔던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앉아 그 시간을 견디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마치 수행자와 같다는 기억을 담았다.

정수정은 ‘빌런의 세계’에 주목했다. 주인공에 항상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나쁜 이들의 세계를 그렸다. 그는 대형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로 잘 알려졌다. 이번 전시관 3층에도 그의 대형 작품 두 개가 한쪽 벽을 전부 차지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8명의 작가는 3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그만큼 세대에 따라 인간과 시대를 대하는 작가들의 시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전시 제목인 ‘타임 랩스’도 다세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을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는 오는 3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