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GC녹십자 오창공장 직원이 ‘알리글로’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지난 27일 GC녹십자 오창공장 직원이 ‘알리글로’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오는 7월 미국에 출시하는 첫 국산 혈액제제 ‘알리글로(IVIG-SN 10%)’ 출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지난달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불순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자동화 라인에선 1분마다 540병(바이알)을 검사하고 있죠.”

지난 27일 찾은 GC녹십자의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서 박형준 GC녹십자 오창공장장은 이렇게 말했다. 알리글로는 건강한 기증자의 혈장에서 추출한 면역글로불린을 농축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정맥주사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1개 라인 교체·직원 70여 명 투입

녹십자, 혈액제제 7월 美 출시…공장 풀가동
이날 공개된 알리글로 생산라인은 바쁘게 돌아갔다. 혈액제제는 혈장 확보부터 출하까지 대개 4~5개월이 걸린다. GC녹십자는 이런 기간을 고려해 오창공장의 분획·정제시설 1개 동을 지난달부터 미국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알리글로 생산 공정에 투입한 직원만 70여 명이다. 박 공장장은 “6월에 알리글로 첫 출하 물량을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라며 “오창공장에서 연간 130만L에 달하는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혈액제제를 상업화하기 위해선 높은 생산 기술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다. GC녹십자는 1971년 국내 첫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하는 등 ‘혈액제제 명가’로 자리 잡았다. 50여 년간 혈액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 삼아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 등을 북미와 중남미,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알리글로를 통해 국산 제품으론 처음 미국시장 문을 연 것도 이렇게 집약된 노하우 덕이다. 오창공장에선 세계 32개국 수출을 위한 혈액제제를 생산하고 있다.

○안전성 극대화해 차별화

미국엔 이미 여섯 개 혈액제제 제품이 출시돼 있다. GC녹십자는 안전성을 극대화한 제품력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박 공장장은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가공한 제품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중불활화 기술 등으로 불순물을 99.9% 수준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알리글로 검수작업실(F&F관)에선 자격증을 가진 숙련된 직원들이 알리글로가 든 병을 하나씩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이후 제품이 통합완제관(W&FF)의 자동화 라인으로 들어가자 카메라 11대가 바이알당 12번씩 촬영하면서 불순물 유무를 확인했다.

이날 GC녹십자는 알리글로 미국 진출 전략도 밝혔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13조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약가는 한국보다 6.5배 높다. 세계 최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미국에서 알리글로가 매출 5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매년 50%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3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2022년 기준 GC녹십자의 혈액제제 매출은 4204억원이었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사업 본부장 겸 GC바이오파마USA 대표는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 유통의 50% 이상을 점유한 전문약국(SP)을 중심으로 알리글로를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오창=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