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 등 중요 경제 범죄를 전담으로 수사하는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당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5개 지검 중 구속·체포·압수 영장 모두 남부지검의 기각 건수가 가장 많다.

영장 10건 중 4건 기각…창 무뎌진 '여의도 저승사자'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남부지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1%였지만 지난해 38.1%로 3년 새 17.1%포인트나 올랐다. 지난해 남부지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118건 중 45건이 기각됐다.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검의 영장 기각률(31.9%)은 3년 새 8.1%포인트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 전체에서 남부지검 수사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현재 증권범죄합동수사부)을 부활시켰다. 지난해 7월엔 암호화폐를 수사하기 위한 가상자산합수단을 신설했다. 지난 5일에도 남부지검 평검사를 4~5명 보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지검의 영장 청구가 번번이 기각당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제범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가운데 우수 인력이 로펌에 쏠리면서 대응력이 강해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검찰의 ‘창’은 전보다 무디고, 로펌의 ‘방패’는 갈수록 두꺼워진다는 평가다.

대표적 사례가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사건이다. 검찰은 부당이득 취득 등의 혐의로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번이나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신 전 대표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출신 박형철 변호사 등 30여 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유명하다. 펀드 자금을 불법 운용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의 구속영장도 지난해 9월 기각됐다.

금융감독원이 검찰로 보내는 사건이 늘어나 검사들이 각 사안에 집중하기 힘들어진 것도 영장 기각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이어 지난 1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카카오 측의 법률 자문 역할을 한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두 명을 추가로 검찰에 송치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