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 인근 모텔을 통째로 빌리고 땅굴을 팔고 들어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 인근 모텔을 통째로 빌리고 땅굴을 팔고 들어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 한 간 큰 일당들이 2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27일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한송유관공사 전 직원 A(66)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작업자와 자금책에게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3년,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범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B(59)씨에 대해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문서위조 혐의 등 다른 사건과 병합 심리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10일 충북 청주의 한 숙박시설을 통째로 빌린 뒤 지하실 벽면을 뚫고 삽과 곡괭이 등으로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자금책,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굴착 작업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송유관 매설지점을 탐측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당 중 동종 전력이 여러 차례 있는 A씨는 과거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로 재직하며 알게 된 지식을 토대로 출소 한 달 만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모텔 사업을 하겠다'는 말로 숙박시설 주인을 속여 월세 450만원에 계약을 맺고 50여일 동안 10m에 이르는 땅굴을 팠다. 마침내 송유관 30㎝ 앞까지 도달했지만, 기름을 훔치기 직전 경찰에 체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다수의 공범이 역할을 분담해 계획·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은 불리한 정상이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사와 피고인들 모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양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