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장의 속살'…먼저 진출한 기업인 경험에서 배운다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면서 일본 소비자도 세대별로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일본 기업의 채용 방식과 인사제도, 노동법은 한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매우 다릅니다. 제대로 일본 사회를 파악하지 않은 채 섣불리 진출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쉽습니다.”

2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권성주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사진)는 9년 넘게 한국과 일본 기업인 간 ‘가교 역할’을 자임해온 인물이다. 일본 도쿄대 박사(국제정치학) 출신인 권 교수는 2016년부터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주재원 및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최고위 과정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GTK)’를 연세대 미래교육원에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24년 2월 기준 GTK 과정을 수료한 일본 글로벌 기업 경영인은 150여 명에 달한다. 한국 주재 근무를 마치고 일본에 귀임한 이들 기업인이 구성한 ‘GTK 일본회’에는 일본 대기업부터 정부기관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60명이 넘는 수료자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 민간 기업 간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인을 위한 최고위 교육 과정인 ‘게이트웨이 투 재팬(GTJ)’을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 양방향으로 민간 기업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무대를 마련한 셈이다.

권 교수는 한·일 양국 기업인 간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를 묻자 “관계 개선은 민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양국 민간 기업이 현지 문화에 맞는 사업 전략으로 비즈니스 저변을 넓히면 양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국가 간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TK와 GTJ는 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 교수가 강조한 것은 ‘현장 중심’ 강의 편성이다. GTJ는 이론보다 일본 현지 진출을 앞둔 기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무 중심 교육으로 커리큘럼을 기획했다. 연세대 교수진뿐 아니라 각계 전문가, 일본에서 활동 중인 기업인·기관장 등을 강사진으로 구성해 현장감을 살렸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례를 해당 기업인들에게 직접 듣고, 일본 기업인들과 네트워킹하는 시간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했다. 일본 대표 기업을 방문하고 정부 관계자와 면담할 수 있는 ‘비즈니스 트립’도 참여할 수 있다.

네트워크 구축에도 강점이 많다. GTJ 정규 과정을 수료하면 재일본 연세대 동문회 및 GTK 일본회 소속 수료자들과 대담 및 네트워킹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다. 권 교수는 “GTK를 운영하면서 쌓은 일본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일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 마련한 민간 교류 확대의 씨앗이 조만간 경제교류라는 큰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권 교수는 “일본에 진출하기 전부터 만들어지는 기업 간 네트워크가 현지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교류회를 통해 사업 협력 또는 투자 유치 등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이소현/사진=이솔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