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매도 나선 기관…금융주 급락 속 메리츠금융지주 신고가
"총선 전까지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 지속 가능성"
[마켓톺] 뉴스에 팔아라?…실망 매도도 옥석은 가려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공개된 26일 국내 증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세부안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하락 마감했다.

그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오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지수의 하락 압력을 높였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0.77% 내린 2,647.08로 집계됐으며,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0.13% 내린 867.40에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현대차(-2.05%), 기아(-3.21%) 등 자동차주와 KB금융(-5.02%),신한지주(-4.50%), 삼성생명(-3.56%), 하나금융지주(-5.94%) 등 금융주의 낙폭이 컸다.

업종별는 보험(-3.81%)의 낙폭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증권(-2.89%), 운수장비(-1.35%) 등의 하락폭도 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저PBR 업종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출회돼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자동차와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수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관투자자가 저PBR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58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금융지주사, 자동차 등 저PBR 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기관은 기아를 21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최근 오름폭이 큰 SK하이닉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순매도했으며, 신한지주(200억원)와 KB금융(170억원)을 그 다음으로 많이 순매도했다.

이밖에 삼성생명(100억원), 현대차(80억원), 하나금융지주(70억원)도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런 가운데도 기업 가치 제고 우수 사례로 평가받은 메리츠금융지주(3.15%)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말(23일) 보고서에서 "작년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총주주 환원액은 1조883억원으로 환원 성향 51%를 시현해 절대적 환원율이 금융주 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 밸류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저PBR 업종 내에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한 기업의 주가는 차별화된 흐름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1차 발표는 기존의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 중심인 데다 기업 자율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자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유발한 가운데 금융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회사는 일차적인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고 이차적인 주가 차별화는 발표된 계획의 이행 여부 및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총선 전까지 정부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저PBR에 대해서는 조정 발생에도 매수 관점을 지속해 견지한다"며 "주주환원과 관련해 주목받으며 많이 올랐던 기업들 외에도 소외됐던 저PBR 기업 중 수익성이 낮은 기업 구조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업사이드는 더 높게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