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3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부영그룹 제공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3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부영그룹 제공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최근 직원 자녀 1명 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은 이중근 부영 회장(83세)이 이번에는 고려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1세에 고려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 학위에 진학한 지 2년 만이다. 논문 주제는 ‘공공임대주택 관련법의 위헌성 및 개선 방안에 대한 헌법적 연구’. 1983년부터 총 23만가구의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해온 부영그룹의 수장으로 수십년간 쌓은 경험을 논문에 녹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23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제117회 고려대 학위수여식’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경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으로 공부하면 활용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새로운 공부를 하는 즐거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41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2004년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2022년에는 81세의 나이로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 과정에 진학해 이번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보이며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부와 공익활동 등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높인 점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중근 회장과 김동원 고려대 총장(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 제공
이중근 회장과 김동원 고려대 총장(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 제공
이 회장은 부영그룹을 설립한 1983년부터 전국에 약 30만 가구 아파트를 지었다. 이 중 23만 가구가 임대 아파트다. 그는 지난 5일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분양전환이 가능한 임대주택 대신 영구임대주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한국 주택시장은 30%의 거주만을 위한 영구임대주택과 70%의 소유주택으로 개편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분양조건부 임대주택은 분양전환을 앞두고 임차인의 과한 하자·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잇딴 기부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시무식에선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각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 토지제공을 조건으로 임차인의 조세부담과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면 경제활동인구과 국방 인력 감소로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란 문제의식에서다.

그러면서 기업이 1인당 1억원 이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 기부로 간주해 수령자와 기부자(기업)의 세금을 면제해달라고 제안했다. 기획재정부도 이같은 요청에 따라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등 면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순천 고향 마을 주민을 비롯해 친인척, 초·중·고 동창, 군 동기 및 전우들에게 최대 1억 원씩, 총 2650억 원을 기부해 관심을 모았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