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출산장려금에 대해 지급 방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영그룹처럼 거액의 현금을 일시 지급하는 경우엔 증여로 해석해 근로자와 기업의 세금 부담을 함께 낮춰 준다. 이와 동시에 근로자들이 세금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해 실질 세(稅) 부담을 증여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 출산장려금 '분할과세' 검토…근로자 稅부담 덜어준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출산장려금을 받은 근로자가 내야 하는 세금을 여러 해에 걸쳐 내도록 하는 ‘분할 과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기업이 근로자의 출산을 축하 또는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이 원칙상 근로소득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기업이 직원이나 직원 가족에게 돈을 줬다면 기본적으로는 근로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 명목으로 지급하면 해당 금액은 손금(법인세법상 비용)에 포함돼 법인세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근로자 세 부담이 커지는 점이다.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6~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최근 부영그룹처럼 1인당 1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 근로자는 막대한 세 부담을 지게 된다. 근로자 기본연봉 수준에 따라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으면 최대 38%의 세율이 적용돼 많게는 4180만원(지방소득세 포함)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재부는 출산장려금을 여러 해에 걸쳐 분할 과세하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5년에 걸쳐 2000만원씩 분할 과세하면 기본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과세표준이 7000만원 이하가 되기 때문에 세율은 최대 24%로 낮아진다. 여기에 현행 월 20만원(연 240만원)인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까지 기재부가 대폭 확대하면 세 부담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

다만 기재부는 과세 논란을 촉발한 부영의 경우 근로소득 대신 증여로 유권해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영처럼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일시 지급하는 파격적인 사례는 드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증여로 확정되면 직원은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가 적용돼 1000만원의 세금을 내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할 과세 등 구체적인 방안도, 부영의 출산장려금을 증여로 판단하는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근로자와 기업의 세 부담을 동시에 덜 수 있는 세제 개편 방안을 다음달 초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초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기업에까지 소급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