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뱃길·산길 '마비'…119 신고 27건·22명 병원 이송
모레까지 50㎝ 이상 더 내려…"교통안전, 시설물 피해 유의"

21일 강원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50㎝ 안팎의 많은 눈이 쌓이면서 산간 마을 주민들이 꼼짝없이 폭설에 갇혔다.

눈길 교통사고도 속출해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잇따랐다.

다행히 현재까지 교통사고 외에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내일(22일)까지 영동에 5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주민 불편과 시설물 피해가 우려된다.

50㎝ 폭설에 강원 산간마을 갇히고 도로선 교통사고 속출(종합)
◇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네" 눈 속에 파묻힌 산간마을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누적 적설량은 향로봉 56.6㎝, 속초 설악동 49.3㎝, 강릉 성산 37.3㎝, 삽당령 36.5㎝, 조침령 35.9㎝, 양양 오색 30.7㎝ 등을 기록했다.

동해안과 내륙에는 10㎝ 안팎의 눈이 쌓였다.

특히 이날 중북부 산지에 시간당 2㎝ 안팎의 눈이 쏟아지면서 산간 마을은 눈 속에 파묻혔다.

주민들이 삽과 넉가래를 이용해 바지런히 눈을 치우고, 제설차 등 중장비들도 쉴 새 없이 눈을 치웠으나 치워도, 치워도 눈은 끝없이 쌓여 갔다.

대관령 기슭에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마을 주민 김규환(77)씨는 "쌓인 눈의 무게에 지붕이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한다"며 삽으로 계속해서 지붕의 눈을 긁어내렸다.

대관령 기슭에 있는 이 마을은 빈터나 집 앞, 도로변 등 곳곳에 주차된 대부분 차는 두꺼운 눈 이불을 덮고 운행을 포기한 채 하염없이 눈을 맞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이곳은 눈이 자주 오는 곳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자주 폭설이 내렸다"며 "3월이면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온다"고 걱정했다.

50㎝ 폭설에 강원 산간마을 갇히고 도로선 교통사고 속출(종합)
◇ 제설 안간힘 속 탐방로 통제·항공기 결항·어선 피항
강원도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운영 중이다.

제설 장비 2천200여대와 인력 2천500여명, 제설제 6천600여t을 투입해 제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대산은 출입이 전면 통제됐고 설악산·치악산·태백산은 출입이 대부분 통제됐으며, 강릉 안반데기길 4.6㎞ 구간도 전날 오후 8시부터 통제 중이다.

원주공항에서는 제주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항공기가 2차례 결항했고, 동해안 항·포구에는 어선 2천479척이 피항했다.

고성·인제·강릉·삼척·홍천에서는 농촌과 산촌을 오가는 마을버스와 농어촌버스가 결행 또는 단축 운행했다.

강원도소방본부에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눈길 교통사고 27건이 발생해 22명이 다쳤다.

이날 오후 2시 48분께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대관령4터널에서 K7 승용차 단독 사고로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낮 12시 24분께 동해시 나안동 7번 국도에서도 승용차 2대 간 추돌사고로 3명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등 눈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50㎝ 폭설에 강원 산간마을 갇히고 도로선 교통사고 속출(종합)
◇ 모레까지 영동에 많은 눈…일부 지역은 비 예보
기상청은 모레(23일)까지 동해안과 산지에 많은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했다.

내일(22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산지 20∼40㎝(많은 곳 50㎝ 이상), 중·북부 동해안 10∼30㎝, 남부 동해안 5∼20㎝, 내륙 5∼10㎝다.

일부 지역에서는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은 내일까지 동해안과 산지에 10∼50㎜, 내륙에 5∼1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도로 살얼음과 빙판길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으니 저속 운행과 안전거리 확보 등 출·퇴근길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눈이 긴 시간 이어져 많고 무거운 눈에 의해 축사와 비닐하우스, 약한 구조물 붕괴 등 시설물 및 소형 선발 침몰 피해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0㎝ 폭설에 강원 산간마을 갇히고 도로선 교통사고 속출(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