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다 안된다던데"…국군수도병원 찾아 가슴 쓸어내린 50대 시민
[르포] "혹시나 전화해 본 군 병원서 수술…정말 다행이죠"(종합)
"완전 다행이죠. 너무 다행이었죠."
20일 정오쯤 고관절이 골절된 아버지를 모시고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임모(50) 씨는 수도병원과 전화 통화한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씨의 아버지는 일주일 전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1940년생으로 고령인 데다 후두암 등 다른 질환도 있어 최초 이송된 경기도 구리의 한 병원에서는 수술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코로나19에도 감염되면서 타 병원으로의 이송이 쉽지 않았는데 격리기간이 끝난 이날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살지만 멀리 성남의 국군수도병원까지 찾아오게 된 이유다.

임씨는 "어제 저녁부터 온 대학병원에 전화했는데 다 (수술이) 안 된다고 하고, 와봤자 응급실은 전공의가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뉴스에서 군 병원도 열었다고 하기에 혹시나 해 (국군수도병원에) 전화해서 찾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씨 아버지는 이르면 21∼22일쯤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임씨는 "이대로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여기서는 수술한다고 하니 안도감이 들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함께 수도병원 응급센터를 찾은 임씨의 어머니 서재희(78) 씨는 "(전공의들이) 대처를 해놓고 파업을 하든지, 병원이 완전 텅텅 비고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데 말이 안된다"며 의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르포] "혹시나 전화해 본 군 병원서 수술…정말 다행이죠"(종합)
국방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민간병원에서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이날부터 12개 군 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본격 개방했다.

원래도 군 병원에서 민간인 응급환자는 받아왔는데 이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군 당국은 민간인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내요원을 배치하는 등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석웅 국군수도병원장은 "응급센터에 총 20개의 병상이 있는데 6개는 민간인을 위해 따로 분리해뒀다.

환자가 많으면 (센터 내) 격리실 병상 등도 추가로 활용할 것"이라며 "본연의 임무는 군인 치료지만, 군 병원은 언제든 국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병원 이용객들은 대부분 군인이었지만, 임씨 부친에 이어 장폐색 증세를 보인 민간인 환자 1명도 수도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지난 두 달간 총 30명의 민간인이 응급실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특별히 많은 숫자라고 보긴 어려워도 한 보호자께서는 '군 병원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하는 등 의미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 병원 응급실 개방 이외에도 민간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방안과 국공립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향후 상황을 고려해서 군 장병 의료지원 태세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포] "혹시나 전화해 본 군 병원서 수술…정말 다행이죠"(종합)
민간에 응급실을 개방한 군 병원은 국군의무사령부 산하 국군강릉병원, 국군춘천병원, 국군홍천병원, 국군고양병원, 국군양주병원, 국군포천병원,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대전병원과 해군 산하인 경남 창원시 해군해양의료원·해군포항병원, 공군 산하인 충북 청주시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등 12곳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