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단체 회장 등 사직 잇따라…한림대 의대 4년생 "1년간 학업중단"
정부 "집단행동 간주되면 금지"…'비대면진료·PA 간호사 확대'도 검토
사직·휴학 등 확산하면 '의료대란' 불가피…환자단체 "강대강 대치 멈춰달라"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까지
27년 만의 의대 증원 추진에 전공의 사직이 잇따르고, 일부 의대에서는 동맹휴학 움직임이 일며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의료대란'이 발생할 만큼 후폭풍이 커질지, 아니면 집단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거듭 천명하면서도,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의료계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까지
◇ 전공의단체 회장 사퇴…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은 "1년간 동맹휴학"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사직은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개별적 집단사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이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는데, 집단이 아닌 '개인적 사직'을 독려하는 표현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박 회장의 수련 포기 선언은 이번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해 나온 2번째 사례다.

지난 13일 유튜브에는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될 예정이라고 밝힌 의사가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사직하겠다고 밝히는 영상이 올라왔다.

실제로 해당 의사는 전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병원 측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전공의 수련병원에서는 집단 사직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8개 부속병원을 가진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는 인턴들이 사직서 제출 뜻을 모으고 있다.

의료원 측은 "수련포기서(사직서)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동맹휴학'을 하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이날 의료정책대응TF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집단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의대 중에서는 한림대 외에도 자체적으로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까지
◇ 전공의 집단행동 파급력 커…복지부 '비대면진료·PA간호사' 카드로 압박
전공의나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의료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에서 응급 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이들이 집단적으로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의료 현장의 공백이 커지면서 한자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빅5'로 불리는 5대 대형 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7%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의료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의대생의 경우 집단 휴학을 한다면 그만큼 전공의와 전문의 배출이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해, 의료 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사 면허 취소" 엄포에 이어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해도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며 "개별 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받을 때 이유 등을 상담을 통해 면밀히 따져 개별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 정부가 내린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계의 반대가 심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방안을 거론하며 의료계를 더 압박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까지
◇ 정부 압박에 당장 집단행동은 없어…"집단행동한다" 가짜뉴스도 극성
정부가 연일 강공을 펼치는 상황에서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 등이 집단적으로는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협의 경우 회장 사퇴로 집행부가 없는 상황이 됐고, 의대생의 경우 가장 센 카드인 '의사 국가고시 거부'를 사용할 수 없다.

지난 2020년에는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가 증원을 좌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국가고시가 지난달 이미 종료됐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예상보다 앞당겨 다음 달까지 내놓을 계획인데도, 의료계의 집단행동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내부 동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한다.

의대협은 지난 13일 총회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집단행동 방침을 내놓지 못했고, 다음 달 새 학기를 코 앞에 두고 집단행동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계획을 밝혔다.

의협의 경우 지난 6일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오는 17일에야 집단행동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할지 논의한다.

대형병원 전공의가 조직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식의 '가짜뉴스'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SNS에는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과 예비인턴(이달 말 인턴 입사자) 계약 거부 상황이라며 수련병원별 현황을 나열한 글이 카카오톡 등 SNS에서 돌아다니고 있지만, 해당 병원들에 문의한 결과 집단 사직이나 계약 거부 상황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직 의협 회장은 SNS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내과 전담교수의 사직원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지만, 병원 측은 "전담교수의 사직서가 제출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짜 뉴스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면서도,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의료계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상반기 내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단체들은 이날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형국"이라며 정부와 의사들이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대화와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