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재판부 기피신청 28개월째 재판…선고 이틀 앞두고 '인권 카드'
"인권·망명 이슈로 여론 움직이려는 목적"…"객관적 국제기구 개입 필요"
'충북동지회' 피고인들, 1심 선고 앞두고 돌연 UN 망명요청(종합)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정치망명'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우리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대한민국 검찰,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24시간, 365일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제3국으로의 망명을 원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에 걸친 간첩 조작, 정치적 탄압에 대한 진상조사단 구성 및 파견도 요구한다"며 "1심 선고 예정일인 오는 16일 UN 인권고등판무관실(본부 스위스 제네바)이 즉각 개입해 재판을 중단하고 긴급구제 결정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들은 지난 6일 OHCHR을 통해 UN 인권협약기구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에 개인 청원을 신청했고, UN 인권이사회에 특별조사관 임명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익인권법 재단인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이들이 정치망명을 OHCHR에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OHCHR은 망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들의 신청은) 국내외에 이 재판이 인권침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재판 내내 재판부 기피신청과 잦은 변호인 교체 등을 통해 재판을 지연시켜온 점으로 미뤄 이번 개인청원 역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충북지역의 한 변호사는 "국제기구가 이 사안을 어떻게 심사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못한다"면서 "재판 내내 국내법 체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인권', '정치적 망명' 등의 이슈로 여론을 움직여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중 한 명인 윤모 씨는 "수사 등의 과정에서 불법사찰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면서 "재판의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국제기구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은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판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1심 재판은 2021년 10월 첫 공판이 열린 지 27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29일에야 1심 변론이 마무리됐고, 오는 16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충북동지회' 피고인들, 1심 선고 앞두고 돌연 UN 망명요청(종합)
이 사건 피고인 손모 씨 등은 2017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뒤 미화 2만달러 상당의 공작금을 수수하고, 4년간 도내에서 국가기밀 탐지, 국내정세 수집 등 각종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이들은 위원장, 고문, 부위원장, 연락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수십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충북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 지령에 따라 비밀 지하조직 동지회를 결성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강력·규약 제정, 혈서 맹세문까지 작성하는 사상범"이라며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반복적인 법관 기피신청과 변호인 교체 등으로 재판 지연을 초래하면서 방어권 행사라는 미명 하에 권리를 악용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위원장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동지회 측은 최후 진술을 통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조작됐다"며 "일부 사진 및 영상물들은 촬영자가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으로 인정될 수 없고 피고인들이 만났다는 북한공작원의 존재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이들의 선고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