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수엘로, 내 아내가 되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만일 부상을 당해도 나에겐 보살펴줄 사람이 있는 거잖아. 만일 죽음을 맞게 된다면 다음 세상에서 기다릴 사람이 있는 거고. 내가 무사히 돌아간다면 찾아갈 사람이 있는 거지.”

“나의 사랑스러운 남편, 나의 모래시계, 당신은 나의 생명이야… 나의 토니오, 나에게 돌아와. 내 마음속 어린 공주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소설 <어린 왕자>의 작가로 유명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와 아내 콘수엘로 드 생텍쥐페리가 주고받은 편지 속엔 이처럼 애틋하고 절절한 문구가 가득했다. 이들은 처음 만난 1930년부터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1944년까지 14년여간 168통의 편지를 서로에게 전했다.
생텍쥐페리가 하늘에서 실종되기 전까지 아내에게 쓴 편지 [서평]
이 연서들을 담은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가 출간됐다. 책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생텍쥐페리가 그린 <어린 왕자> 삽화, 육필 원고와 엽서, 화가였던 콘수엘로의 그림 등도 담겨 당시의 시대와 삶을 엿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공군 비행사였다. 조국 프랑스를 등지고 미국 뉴욕으로 망명한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참전하기로 결정하고 1943년 4월 콘수엘로의 곁을 떠났다. 생텍쥐페리는 나이가 많아 비행 허가를 받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했고, 콘수엘로는 뉴욕까지 전해지는 남편의 온갖 구설을 홀로 견뎌야 했다.

현실에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애정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치유해 나갔다.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그들의 마음도 어지러웠다. 1944년 7월 26일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편지가 도착했다. 닷새 뒤인 31일 그는 프랑스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하던 중 실종됐다.

이 편지들은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지 77년 만에 공개됐다. 그의 종손자로 생텍쥐페리재단을 이끌고 있는 올리비에 다게는 서문에서 “누군가 당신의 내밀한 삶을 침범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싫어했던 나의 할아버지! 아마도 당신은 이 편지들을 세상에 내놓는 일을 야만적인 짓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바로 그 야만적인 행동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고 밝혔다.

1940년 콘수엘로는 편지에 장미로 변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썼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길들여진 한 송이 꽃의 사랑’엔 이들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창작의 고통을 토로할 때마다 용기를 주고 조언하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삶이 동화와 같지 않듯, 여느 부부처럼 이들에게도 갈등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는 서로의 창작 활동을 독려했고, 인생의 동반자이자 안식처가 돼줬다.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모습을, <어린 왕자>가 탄생하는 데 영감을 준 사랑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