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친분 내세워 선임계 없이 뒷돈 받고 사실상 변론
법원 "형사사법 공정성·신뢰 무너뜨려 엄중처벌 불가피"
보석허가 청탁 명목 2억원 받고 '몰래변론' 변호사들 실형(종합)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김효진 부장판사는 8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2) 변호사에게 징역 8개월과 추징금 8천만원, B(58)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2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건 과정에 관여한 브로커에게는 징역 1년, 추징금 1억4천900여만원을 선고해 피고인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 변호사는 광주지역에서 활동한 판사 출신 변호사이며, B 변호사는 대전지역에 거점을 둔 판사 전관이다.

두 변호사는 2019~2020년 모 재개발사업 철거업자의 입찰비리 형사사건을 '몰래 변론'하고 재판부 보석 허가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A 변호사가 미리 성공 보수 2억원을 받아 선임계를 내지 않은 B 변호사에게 1억5천만원을 건넸고, 나머지 5천만원을 또 다른 변호사에게 전달해 이들 모두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철거업자를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했던 브로커에게는 전관 변호사 선임을 알선하고 금품을 전달한 혐의가 적용됐다.

피고인들은 공모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판장과 친분을 이용해 보석 등을 받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인정된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변호사 수임계를 내지 않고 수임료를 받은 이른바 '몰래변론'에 대해서도 "형사사건 수임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변호사로서 공익적 지위와 의무를 도외시한 채 형사사건 담당 재판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보석 허가를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아 죄질이 불량하다"며 "형사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재판부와 친분이 있는 전관 B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실상 변론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몰래 변론'으로도 불렸다.

B 변호사는 친분이 있는 당시 재판부 판사에게 보석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았는데, 현직 국회의원인 해당 판사는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제가 사퇴하면 재판부가 변경돼, 집행유예 선고가 예상되는 피고인의 구금 기간이 길어져 퇴임 전날 보석을 결정했다"며 "B 변호사로부터 기록을 잘 살펴봐달라는 전화를 받았으나, 청탁받진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2021년 12월 첫 재판이 시작된 뒤 피고인들이 부정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증인 출석 등이 지연되면서 재판이 장기간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