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우려에…타이어 원재료 고무값도 뚝뚝 [원자재 포커스]
타이어 원재료비 절반 고무 가격 하락세
전기차 수요 비관론이 유가 상승분 상쇄


자동차 타이어 원재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무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다. 타이어 업체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일본 오사카거래소(OSE)의 7월 인도분 고무는 0.9엔(0.32%) 하락한 kg당 282.7엔(1.93달러)으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4%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전주 대비 떨어진 것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5월 인도분 고무도 115위안 하락한 당 1만3290위안(1850.82달러)에 마감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가 모니터링하는 고무 재고는 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고무 전문 데이터 회사인 헬릭스탭 테크놀로지스의 파라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춘절 연휴에 들어가면서 다음 주부터 시장이 더 가라앉을 수 있다”며 “일부 트레이더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우려에…타이어 원재료 고무값도 뚝뚝 [원자재 포커스]
전기차 등 완성차 판매 부진이 고무 가격 하락을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계 컨설턴트인 J.D.파워와 글로벌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신차 판매는 계절적 둔화와 전기차 수요 감소 조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는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각각 하향 조정했다.

고무 가격은 타이어 생산량 감소 영향도 받고 있다. 중국 산둥성 둥잉과 웨이팡 지역의 일부 타이어 제조업체는 다가오는 연휴 기간을 고려해 지난달 말까지만 생산하기로 했다. 산둥성은 중국 내 타이어 제조의 중요한 허브다.

유가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가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상승하는 모습이다. 홍해 트라피구라가 운영하는 유조선이 미사일에 피격된 영향도 있다. 천연고무는 원유로 만든 합성고무와 경쟁하기 때문에 종종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에 대한 비관론이 유가 상승의 영향을 넘어서면서 고무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폴스타 등 소규모 전기차 업체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는 취약한 업체를 걸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타이어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되는 모습이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및 타이어업계에선 한국타이어가 올해 처음으로 매출 9조원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9300억원, 1조3200억원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