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 전 청장, 다중인파 행사의 사고 위험 충분히 인지"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 업무 무관 사이트 접속만 470차례
김광호 前청장, 이태원참사 앞두고 '경력 없다' 보고에 "알겠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직전 경력이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참사 발생 이틀 전인 2022년 10월 27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던 중에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말에 경력 여유가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당시 경비부장이 "경력의 여력은 없는 것 같다"고 답변하자 김 전 청장은 "그러네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별다른 경력 배치에 대한 지시나 당부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 등 이미 다중운집 행사를 대비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봤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4일 회의를 주관하면서 불꽃축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파 밀집 현상에 대해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변 대중교통의 무정차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번 경험이 있는데 압사당할 뻔했다"고 발언했음에도 이태원 참사 당시 별다른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이미 참사 전에 서울경찰청 정보부에서 작성한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요인' 보고서를 비롯해 참사 전에 안전사고를 예고하는 다수의 보고서가 김 전 청장에게 보고됐던 점 등을 고려해 김 전 청장이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이 집회 및 시위를 담당하는 경찰 정보 기능에서 9년간 근무했으며 일선서장 및 시도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때 기동대 배치 경험이 있으므로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성과 안전대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 전 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 33분께 대통령실 인근 집회가 종료하자 그대로 퇴근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같은 날 오후 6시34분께 압사사고 위험성을 제기하는 112 신고가 이미 접수됐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하며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도 근무 시간에 스포츠 뉴스를 보는 등 모두 470회에 걸쳐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류 총경이 참사 당일 112상황실이 아닌 자신의 개인사무실에서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의 첫 재판은 오는 3월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