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자유민주당이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CSDDD는 기업들로 하여금 공급망 전반에 대한 환경, 인권 관련 실사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유럽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린다.

1일(현지시간) 유럽 정치전문매체 유랙티브에 따르면 독일 자유민주당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과 마르코 부시만 법무장관은 최근 독일 산업연맹에 보낸 서한에서 “독일은 CSDDD에 관한 EU 이사회 표결에서 기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유럽의회와 이사회, EU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의 공급망 전반에 대한 지속가능성 실사 의무를 부과한 CSDDD에 합의했다. 오는 9일 EU 27개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표결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부시만 장관 등은 “CSDDD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공급망에서의 의무 위반에 대해 상당한 범위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책임 규정은 독일 자체의 공급망 실사법에서 규정된 책임 수준을 과도하게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또 “CSDDD는 (사업장으로서) 우리의 매력을 교살하는 것”이라며 “독일과 유럽이 스스로를 마비시키지 않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SDDD는 유럽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후속이다.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 수 500명 이상, 글로벌 연간 매출 1억5000만유로 이상인 대기업에 공급망 전반의 환경 및 인권 관련 실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설계됐다. EU 기업의 경우 2026년 1분기, 비EU 기업은 2027년 1분기부터 적용된다.

한편 EU의 농가 환경 규제책 등에 반대하는 프랑스 농민 시위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프랑스 정부가 추가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EU보다 과도하게 적용 중인 환경 규제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트랙터로 도로를 점령하는 등 2주째 시위를 이어온 농민들은 봉쇄 시위를 일단 중단한 뒤 새로운 방식의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