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어닝쇼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증시 부양에 드라이브를 걸고 자산 대비 저평가된 종목들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HD현대·GS건설·LG·두산…어닝쇼크에도 주가 반등, 왜?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기업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HD현대, 기아, GS건설, 두산, LG, 효성중공업 등이다. 이들 중 HD현대 주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올 들어 이달 2일까지 11.22% 상승했다.

HD현대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3579억원으로, 컨센서스(724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의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국제 유가가 작년 9월 말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연말 7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져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오른 것은 그룹 내 조선 계열사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국제 유가 약세로 인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저가수주 물량 인도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되고 현대마린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두산과 LG도 영업이익이 각각 컨센서스를 25.67%, 70.59% 밑돌았으나 주가는 연초 이후 소폭 상승했다. 두 종목 모두 지난달 중순까지는 주가가 하락세를 타다가 정부의 증시 부양안이 관심을 모은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업회사 중에선 작년 19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GS건설이 지난달 하순부터 가파르게 반등했다. 증권가는 GS건설이 82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택 건설 원가율이 높아지고 해외 인프라 현장의 추가 원가가 반영되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업계는 ‘저PBR주 찾기’ 열풍이 시작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