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가닥을 잡은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와 준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정을 당원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에 당원 투표에 따른 비례대표 선출 방식 결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 사이에 논쟁이 길어지면서 해당 안건은 논의조차 못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제 방향을 정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의총 등을 통해 총의를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을 통해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준연동형에서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고, 그만큼 소수당의 원내 진입이 늘어난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 대표 역시 2022년 대선에서 약속한 바 있다. 이탄희 의원 등은 “이번 총선에선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말고, 제도 취지에 맞게 소수당의 의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병립형 회귀를 암시한 이후 지도부 입장이 바뀌었다. 준연동형 도입에 처음부터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만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로선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긴다는 것이 부담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당 의원 81명이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당내 반발도 여전하다. 일반 당원 중에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많아 당원투표를 거치면 병립형 비례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며 “이번에 또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귀책으로 치러진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을 바꾸면서 당원 투표를 활용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