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치안업무·물자통행 관리…통제권 재확립"
전문가 "하마스 완전 소탕 목표 달성 어려워"…전쟁 회의론 고조
'이스라엘 소탕 호언' 가자 북부, 슬금슬금 하마스 '수복' 조짐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급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이 점령을 선언한 가자지구 북부에 하마스가 활동을 재개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스라엘이 여전히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하마스의 통제권 수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스라엘의 전략에 대한 회의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현지 주민과 전문가, 이스라엘 당국자 등을 인용해 하마스가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와 통제권을 재확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시티와 셰자이야·자발리야·알샤티 난민촌 등 북부 대부분 지역을 다시 장악하고, 치안 업무 및 물자의 통행 관리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불행히도 우리는 가자지구 중·북부에서 하마스가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더 많이 듣고 있다"며 "이는 매우 나쁜 결과"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는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집중적으로 전개한 지역이다.

이곳 주요 거점을 잇달아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북부 지상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하고 작전 범위를 남부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선언이 애초에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평가였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마이클 밀스테인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의 기본 군사 체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라며 "일반적인 군대에 대해서는 그런 개념이 작동하지만, 하마스가 구사하는 유연한 게릴라 작전에서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소탕 호언' 가자 북부, 슬금슬금 하마스 '수복' 조짐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그 곳에서) 저격수와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스라엘군 관리는 "그들이 돌아왔는지, 아니면 애초에 떠나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 맞든 (현실은) 그들이 지금 그곳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하마스의 통제권 수복은 이스라엘 안팎에서 제기되는 전쟁 회의론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는 동시에 모든 인질을 되찾아 오겠다는 목표로 전쟁에 임하고 있지만, 현재 전황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루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하마스에 대한 군사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전에 하마스가 장기 (휴전) 합의를 한 이유는 그들이 군사적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대화를 통해서만은 안 되고 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4개월 동안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이 가혹한 조건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몇 주도 남지 않았다며 하마스와의 조속한 협상 타결을 촉구한다.

나아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세를 더 불리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밀스테인은 "당신이 가자시티를 떠났는데 하마스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하마스 이후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겠나"라며 "당신이 (점령을 선언하고) 떠나는 모든 지역이 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승리'란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