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조진웅, 설연휴에 이름값할까
“죽는 게 힘드냐 사는 게 힘드냐. 사는 게 더 힘들지, 사는 건 돈이 드니까.”(영화 ‘데드맨’ 중)

삶의 바닥을 찍은 한 남자가 있다. 장기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는데 누군가가 장기를 팔지 말고 이름을 팔라고 한다. 겉으로만 사장처럼 지내는 ‘바지사장’을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바지사장은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보게 된다. 무려 1000억원 횡령범 당사자로 말이다.

영화 ‘데드맨’은 바지사장 일을 하던 이만재(조진웅 분)가 이름을 내어준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는 ‘죽은 사람’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이만재는 이름 하나로 깡패, 정치권 등 여러 인물과 얽히게 되고, 빼앗긴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준원 감독은 지난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름값,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택했다”며 “초창기 대본 작업 때 봉준호 감독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영화는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은 충분히 흥미롭다. 조진웅은 수완 좋은 바지사장부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이만재라는 인물의 다채로움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김희애의 연기 변신도 볼거리다. 연휴에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고자 한 욕심이 엿보인다. 우리 사회의 복잡한 정경유착을 짚어내려 하면서 내용이 복잡해지고 캐릭터의 입체감과 스토리 전개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소소한 반전의 임팩트도 기대한 효과를 냈다고 하기 어렵다. 오는 2월 7일 개봉. 상영 시간 108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