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찰 과정서 비위 내용 미리 안 알려…징계 절차 위법"
성희롱당한 후배 '2차 가해' 해양경찰관…소송으로 징계 취소
성희롱 피해를 본 후배를 언급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2차 가해로 징계받은 해양경찰관이 해경청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해양경찰관인 A 경사가 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2022년 3월 A 경사에게 적용한 견책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해경청에 명령했다.

A 경사는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던 2022년 1월 후배인 B 순경을 험담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당시 B 순경은 같은 부서 소속인 C 경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

A 경사는 C 경사에게 "(예전에)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B 순경이) 나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 고개만 돌리면 피부가 맞닿을 정도였다"며 "깜짝 놀라 '뭐 하는 짓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B 순경에게) 앞으로 나한테 50㎝ 이하로 붙지 말라'고 하면서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고도 했었다"며 "그게 괜히 그랬던 게 아니라 내가 타깃(목표)이 될 뻔했다"고 험담했다.

해경청 징계위원회는 같은 해 3월 "A 경사의 발언은 피해자를 험담하고 품행을 비난하는 2차 가해"라며 견책 처분을 했다.

그러나 A 경사는 징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감찰관은 조사 과정에서 의무 위반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감찰 규칙을 위반했다"며 "방어권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돼 감찰 조사를 받던 C 경사가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달래주려다가 그런 말을 했다"며 "B 순경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고 이후 사과 편지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A 경사 발언의 2차 가해 여부는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해경청 내부 절차에 문제가 있어 징계가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경청 감찰 규칙에 따르면 감찰관은 출석 요구를 하거나 조사하기 전에 의무 위반 내용을 대상자에게 알려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A 경사는 고충 심의위원회에 참석해서야 자신의 비위 내용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해경청은 A 경사가 자신의 비위 내용을 알고 부인한 것처럼 감찰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징계위에 제출했다"며 "A 경사가 징계위에서 한 차례 변론 기회를 가졌다고 해도 방어권을 정당하게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