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사라진 시총 50조...외국인, 2차전지 '줍줍'
테슬라 어닝쇼크에 전날 줄줄이 하락했던 2차전지 회사의 주가가 26일 강세를 보이며 장을 마쳤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하락 마감한 가운데 이날로 외국인의 매수세는 엿새째 이어지며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5일)보다 8.22포인트(0.33%) 오른 2,478.56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53억, 3,7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3,872억 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붙으며 상승했는데 외국인의 매수세는 이날로 엿새째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이날은 2차전지의 강세가 돋보였다. 올해 들어 약세를 보이며 SK하이닉스에도 시총 2위 자리를 양보해야 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3.53% 상승한 38만 1천 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는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일시적인 전기차 성장세 둔화와 메탈가 하락 영향에도 북미지역 판매 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한 자릿수 중반 수준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한 SK하이닉스지만 이날은 1.02% 하락한 13만 6천 원에 마감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두 회사 모두 주가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0.74% 하락한 반면 기아는 1.51% 상승 마감했다.

이밖에 2차전지 관련주 POSCO홀딩스(+3.12%), LG화학(+2.97%), 삼성SDI(+3.74%) 등이 모두 상승 마감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2차전지 종목 10개에서 51조 원이 증발했다. (25일 기준) 2차전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시총 총합은 전날까지 220조 원대로 연초 271조 원대에 비해 50조 원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이날 2차전지 종목들이 반등에 나서면서 상위 10개 종목의 시총 총합은 229조 원대를 기록했다. 10조 원 가까이 회복한 것으로 증권가에선 "테슬라 급락이 선반영됐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반등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 공세가 2차전지 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지만 이날 매수세로 전환하며 18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석달 만에 추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은 외국인의 순매수가 들어오면서 7.56% 급등했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졌던 메리츠금융지주도 신고가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닥은 13.50포인트(1.64%) 오른 837.2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542억, 9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1,784억 원 규모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2차전지의 강세가 돋보였다. 에코프로비엠(+7.49%), 에코프로(+9.28%), 엘앤에프(+1.21%) 모두 상승 마감했다. 무엇보다도 이날 HLB는 19.20% 상승한 6만 5,200원에 장을 마쳤다. HLB의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이 미국 FDA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지속되며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따따블 2호도 탄생했다. 갑진년 2번째 따따블 달성에 성공한 현대힘스는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한 2만 9,200원에 장을 마쳤다.

1월 누적으로 코스피는 주요 증시 중 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부진했다. 실적 우려와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이차전지 관련주 약세가 부담이 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이날 2차전지 관련주가 모두 강세를 보이며 증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 상승에 대해서 추세 반전이라기보다 반등 사이클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전날 발표된 미국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 2.0%를 훨씬 웃도는 3.3%를 기록했는데 2차전지 섹터 안에서의 상승 요인이 따로 존재했다고 보기 보다는 이러한 경제지표들의 긍정적인 흐름이 이날 증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 시장의 거래대금은 18조 원으로 전 거래일(21조 원)보다 하락했다. 이번 주 수급 시장에서 눈여겨 볼 점은 외국인 선물 매도 추세가 일단 멈췄다는 것이다. 수급 변화로 일방적인 매물 압박은 약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5원 오른 1,336.3원에 장을 마쳤다.


김동하기자 hd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