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말잔치의 맹점 4가지 [집코노미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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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장을 비롯한 교통대책을 내놨습니다. 가시화되고 있는 A·B·C노선을 연장하고 추가로 D·E·F노선을 건설하는 게 골자입니다. 발표 시기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정치적 해석을 차치하고 현실성 여부만 따져보겠습니다.
①A노선은 평택에 갈 수 있는가운정~동탄으로 계획된 A노선의 경우 평택지제까지 연장시키겠다는 게 정부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짚어봤던 대로 동탄역의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동탄역 안에서 이렇게 SRT와 GTX 승강장이 분리돼 있습니다. 선로도 다른데요. GTX의 경우 동탄역을 종점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승강장에서 다시 본선에 합류하는 선로를 만들어두지 않았습니다. 열차가 평택지제까지 가기 위해선 본선에 합류하는 선로를 다시 만들어야겠죠. 그런데 동탄역은 지하에 있습니다. 다시 터널을 굴착해야 하는 대형 공사이면서 기존 노선의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하는 난공사인 셈이죠.
그렇다면 본선과 연결된 SRT 승강장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이땐 승강장의 높이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KTX 등 여객열차를 타고 여행갈 때를 떠올려보시면 지하철을 탈 때완 뭔가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객열차는 낮은 승강장에서 열차로 계단처럼 오르는 형태지만, 지하철 등 전철은 같은 높이에서 수평으로 열차에 탑승하죠. 그래서 여객열차 승강장을 저상홈이라고 부르고, 전철 승강장을 고상홈이라고 부릅니다. RT 승강장은 저상홈이어서 낮게 설계돼 있는데 여기에 GTX를 세우려면 높게 개조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승강장을 모두 높여버리면 반대로 SRT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열차에 탈 수 없습니다. 결국 반쪽은 낮게, 나머지 반쪽은 높게 만드는 공사가 필요한 셈입니다. 승하차 과정에서의 불편도 크고 동선도 복잡해질 게 뻔합니다. 그래서 수백억원을 들여 터널을 새로 뚫는 것보단 저렴하고 난도도 낮습니다.
현실적은 대안은 운행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평택지제까지 가는 GTX 열차가 동탄역을 경유하려면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동탄행과 평택지제행을 나누는 것이죠. 동탄행 열차는 평택지제에 가지 않고, 평택지제행 열차는 동탄역을 아예 경유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물론 배차간격이 길어지고 편성 분리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도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②교통정리 필요한 D노선D노선은 수도권 동서를 X자, 혹은 두 개의 Y자로 잇는 선형입니다. 기존에 발표됐던 서부권광역급행철도를 하나의 지선으로 삼고 나머지 구간을 보충한 형태죠. 문제는 대장역과 삼성역을 기점으로 두 차례의 분기를 하다 보니 행선지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장기에서 출발한다면 행선지에 따라 교산행 열차와 원주행 열차를 구분해 탑승해야 합니다. GTX도 모든 열차가 전구간을 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는 분기역인 삼성역에 멈추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에서 교산행 열차를 만나는 건 3대 중 1대꼴인 셈이죠. 게다가 서부권에서의 출발역은 장기역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역까지 있습니다. 그만큼 열차 편성이 나눠지고 배차간격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통이 다가온 A노선이 완전개통시 20편성으로 계획됐습니다. 여기서 편성이란 열차 여러 대를 붙인 한 세트라는 의미인데요. GTX에서 가장 바쁜 노선의 열차가 20세트라면, D노선은 이보다 적은 세트로 출발역과 종착역을 모두 분리해 운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③사업성 의심되는 E노선E노선은 D노선의 일부 구간을 공유하는 선형입니다. 그러나 서울로 진입한 이후부턴 방향을 틀어 외곽 지역으로 빠지는데요. 지금까지 언급한 노선들 가운데 유일하게 도심 핵심역(서울·삼성·청량리역)을 지나지 않는 선형입니다.
E노선은 강북을 가로지르는 모양이 강북횡단선과 닮았습니다. 강북횡단선은 서울의 여러 가지 경전철 계획 중에서도 가장 사업성이 떨어져 아직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노선이죠. 더 막대한 비용이 드는 GTX를 똑같은 길에 뚫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게 되겠지만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노선입니다.
④F노선, 선로용량 여유가 될까F노선은 서울 외곽을 순환하는 선형입니다.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처럼 말이죠. 노선의 총연장은 어마어마하게 길지만 사실 이 구간 선로는 대부분 거의 깔려 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서해선과 수인분당선 등의 선형이 그대로 보이죠. 대곡~의정부 구간도 이미 교외선이라는 노선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기존 선로를 최대한 공유하겠다는 게 F노선의 핵심인 것이죠.
GTX는 개통을 앞둔 A노선이 SRT와 선로를 공유하고, C노선 또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 경부선 등을 상당 구간 공유합니다. 사업비를 아끼면서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철도엔 선로용량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 눈엔 잘 띄지 않는 화물열차나 여객열차, 회송열차 등을 포함해 그 노선을 이용하는 열차들의 시간표 같은 것이죠. 일부 노선은 이미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는데 여기에 GTX를 또 욱여넣는다면 어떨까요.
더군다나 GTX는 고속으로 다녀야 하는 열차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다른 열차들이 피해주거나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호선이나 9호선을 이용할 때 뒤따라오는 급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정차했던 기억 한두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결국 누군가의 불편을 담보로 하게 되는 것이죠.정부 발표는 아직 구상 단계일 뿐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책의 외연을 확장에 치중하느라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 많아 보입니다.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심이 지워지고, 목표한 대로 '교통혁명'이 될 수 있는 디테일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