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500여건, 중부지역 비상사태…보고타 주변엔 연기 자욱
'한낮 40도' 콜롬비아 폭염·가뭄 속 동시다발 화재 비상
남미 콜롬비아가 극심한 더위와 가뭄 속에 곳곳을 덮친 화마로 신음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최소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며칠 새 발생한 화재가 5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산불로, 이 중 일부는 지난 22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고 콜롬비아 기상당국(IDEAM)은 밝혔다.

화재는 해발고도 2천600m가량인 보고타 인근 쿤디나마르카, 보야카, 산탄데르 등에 집중됐고, 이들 중부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날 보고타 주변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야생동물이 불길을 피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엘티엠포는 보도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도 갈란 보고타 시장은 "화재 하나를 겨우 진화할 때쯤 또 다른 화재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환경당국은 안데스산맥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고산지대 생태계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화과에 속하는 프라일레혼(에스펠레티아)이 대거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식물은 뿌리를 통해 수증기를 토양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지하수 저수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낮 40도' 콜롬비아 폭염·가뭄 속 동시다발 화재 비상
현지에서는 엘니뇨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폭염에 건기 가뭄이 이어지면서, 작은 불씨도 큰 불로 번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물관리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전 정부 실정도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60개 지방자치단체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기후 위기에 적응하려면 우기 때 물을 절약해 건기에 써야 하는데, 이 나라는 그간 수자원 탐사보다 석유나 석탄 탐사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썼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기후 변화가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관찰된 기록적인 가뭄의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WWA는 관련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30배나 높아졌다"며, 낮아진 수위와 높은 기온으로 작년에 멸종 위기종 고래 최소 178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