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불황에 니켈 가격 추락…인니·호주 '울상' [원자재 포커스]
1년새 가격 추락…씨티 "니켈 더 하락할 것"
인니 "1만5000달러 아래면 생산단가 이하"
전기차 불황에 니켈 가격 추락…인니·호주 '울상' [원자재 포커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이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다. 세계 주요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 업체들은 광산의 문을 닫고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1t당 1만6070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니켈 가격은 1만6007달러로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켈 가격은 세계 고물가 기조와 전기차 수요 둔화, 과잉 생산 등 영향으로 하락세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로 주목받으며 2020년 3월 가격이 t당 4만8000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초까지 3만달러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 1년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중국 비야디(BYD)는 니켈이 필요 없는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니켈 수요가 그만큼 줄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니켈 가격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2년 1050만대에서 지난해 1380만대로 31%가량 늘었지만,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 속도는 2022년 61.5%에서 절반 수준으로 둔화했다. 올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대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불황에 니켈 가격 추락…인니·호주 '울상' [원자재 포커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니켈 가격이 앞으로 3개월 내 t당 1만550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켈 가격 급락 여파는 전 세계 광산업체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는 이달 니켈 사업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2억달러 규모의 웨스트 머스그레이브 프로젝트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나온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프로젝트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2월 20일 실적 발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광산왕으로 불리는 앤드류 포레스트 포테스큐 메탈스 그룹 회장이 소유한 민간투자업체 와일루 메탈스는 지난 21일 니켈 가격 하락을 이유로 "5월 말까지 호주 캄발다 니켈 사업장을 관리 및 유지보수(생산 중단) 상태로 두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은 생산 및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다.

세계 니켈 생산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 업체들도 울상이다. 메이디 카트린 렝키 인도네시아 니켈광업협회(APNI) 사무총장은 "니켈 가격이 1t당 1만5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 단가에도 미치지 못 해 손해"라며 "현재 가격은 겨우 손해를 안 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단순 광물로 팔기보다는 국내에서 제련·정련을 통해 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다며 2020년부터 니켈 광물 수출을 금지했다. 대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제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원자재 연구 담당인 콜린 해밀턴은 "글로벌 니켈 시장의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과잉 공급에 따라 니켈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추가 생산량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