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1조' 증발…무신사에 무슨 일이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비상장 주식 가격이 장외시장에서 하락세다. 통일주권을 발행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처음 거래가 시작된 지 1주일도 안 돼 주가가 20% 넘게 떨어졌다.

23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비상장에 따르면 무신사 주가는 전날 98만원에 마감했다. 통일주권 거래 첫날인 지난 17일(120만원)보다 주가가 22.4% 떨어졌다. 통일주권 발행은 상장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미통일주권에서 통일주권으로 전환되면 명의개서 없이 증권사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이 기간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거래량은 4만500주였다.

무신사 비상장 주식의 전날 종가로 산출한 시가총액은 약 1조9396억원이다. 무신사가 작년 7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등으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를 약 3조원(주당 153만원)으로 평가받은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기업가치가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무상증자를 단행했음에도 낙폭이 컸다”고 했다. 무신사는 전날 보통·우선주 1주당 신주 9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했다. 무상증자는 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고,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어서 호재로 통한다. 이번 무신사의 무상증자도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권업계에선 무신사의 실적 부진을 주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 기조를 이어 왔던 무신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5% 급감했다.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가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데다, 외형을 불리기 위해 2021년 인수했다가 적자 지속으로 문을 닫은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에 대한 영업권 손상차손까지 발생한 여파다. 순손실은 5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에서 938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올해 말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연 이자 8%를 더해 투자금을 물어 주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무신사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작년 11월 “2025년까진 IPO(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