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임죠와 코마가 선보인 대형 그래피티
알타임죠와 코마가 선보인 대형 그래피티
서울 성북동 끝자락, 길상사와 성북동 성당이 늘어선 언덕길을 모두 지나쳐 한참을 올라가면 ‘우리옛돌박물관’이 나타난다. 2015년 문을 열어 북악산과 성북동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문인석과 장군석 등 석조유물 1000여점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우리옛돌박물관이 새 옷을 갈아입고 ‘뮤지엄웨이브’라는 이름으로 관객에게 다시 나타났다. 단순 석조 전시관에서 벗어난 복합문화공간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재개관 후 뮤지엄웨이브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전에서부터 조각전까지 다양한 전시를 열며 그 존재를 알려왔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 전시다.

지금 북악산이 내려다보이는 성북동 꼭대기에선 '스프레이 페인트' 냄새가 난다
올해 첫 전시는 뮤지엄웨이브가 최초로 시도하는 ‘팝아트’를 주제로 했다. 지난 19일부터 관객을 찾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모여 펼치는 그룹전 ‘팝 스트리트 66전’이다. 작가 찰스 장, 홍원표, 이사라, 아트놈, 코마, 알타임죠 6인이 참여한다. 뮤지엄웨이브는 1층부터 3층까지를 모두 털어 신작을 포함한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지금 북악산이 내려다보이는 성북동 꼭대기에선 '스프레이 페인트' 냄새가 난다
작품에서는 그린 작가에 따라 확실한 차이가 드러난다. 작품 설명을 보지 않더라도 6인의 작가가 한 눈에 구분될 정도로 그 특징이 뚜렷하다. 마치 어린 시절 순정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왕눈이 캐릭터 그림이 걸리는가 하면, 팝아트로 조각조각 표현된 마징가Z, 태권브이도 함께 볼 수 있다. 컬러풀하게 표현된 토끼, 고래 등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곳곳에서 선보인다.

작가들의 색깔과 표현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똑같다. 꿈과 행복, 즐거움, 희망으로 대변되는 ‘삶의 긍정적 에너지’다. 캐릭터 ‘아톰’이 스프레이로 ’No War(전쟁은 없다)’라는 문구를 쓰고 있는 작품,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앨범을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이는 등 사회의 갈등과 충돌을 감싸는 평화의 목소리를 전한다.

전시 개관에 맞춰 현장을 찾은 작가들도 “전시를 준비하며 6명의 색깔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다른 작업 방식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긍정적 이야기의 힘 덕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 북악산이 내려다보이는 성북동 꼭대기에선 '스프레이 페인트' 냄새가 난다
이번 전시에는 그림 외에도 즐길 요소가 많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문 앞에 바로 작가 코마와 알타임죠가 작업한 대형 라이브 그래피티가 전시돼 있다. 크기만 200호가 넘는다. 이 작품을 위해 두 작가는 전시실에 설치된 대형 캔버스에 실제로 그래피티 작업을 펼쳤다. 스프레이 페인트 냄새가 주는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지금 북악산이 내려다보이는 성북동 꼭대기에선 '스프레이 페인트' 냄새가 난다
2층에 설치된 1m 80cm에 달하는 ‘대형 신발’에는 작가들이 구역을 나눠 고유한 패턴, 스타일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작가 여섯 명의 협업 작품이다. 바로 옆에는 6인의 참여작가를 비롯해 순수미술 작가, 패션 디자이너, 연예인 등 16명의 아티스트가 직접 운동화를 리폼해 만든 ‘아트 스니커즈’도 놓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즐기기 좋은 전시다. 이해가 힘들거나 해석이 필요한 작품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울림은 적다. 특히 팝아트 전시가 넘쳐나는 오늘날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건 그 속에 담긴 ‘의미’라는 점에서 메시지의 힘이 약하다는 건 아쉽다. 성북동 꼭대기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다 유료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전시는 3월 3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