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지 매체 '불법 입양' 폭로…서류 위조·돈거래 가능성 등 제기
노르웨이 정책기관 '중단' 권고…앞서 덴마크·스웨덴도 입양 제한 움직임
"한국서 훔쳐온 아이들"…노르웨이 '해외 입양' 중단 놓고 시끌
노르웨이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에서 입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불법으로 데려오는 것을 막기로 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AP 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아동·청소년·가족부는 해외 어린이 입양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노르웨이 정책 기관이 16일 이같은 권고를 내놓으면서 정부가 승인 여부를 포함한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권고는 서류 위조, 법 위반, 돈벌이, 납치 등의 의혹을 조사할 때까지 당분간 모든 해외 입양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같은 권고가 나온 것은 일부 해외 입양이 불법과 비리로 이뤄진다는 폭로가 현지 매체인 VG에서 터져나온 것이 발단이 됐다.

보도에 따르면 입양아인 한 노르웨이 여성은 자신이 50년 전 한국 부모로부터 빼앗아온 아기라는 것을 그간 숨겨져있던 편지를 읽고나서야 알게 됐다.

또다른 여성은 생부가 있는데도 할머니가 몰래 자신을 보육원으로 보내면서 결국 입양아가 되는 운명에 처했다고 한다.

노르웨이로 입양되는 어린이 중 대다수는 한국, 필리핀, 태국, 대만, 콜롬비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입양 중단을 놓고 노르웨이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노르웨이 아동·청소년·가족부는 17일 VG 보도 이후 구성돼 입양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조사위원회에 이번 조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고 입양 중단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우려를 표시했다.

조사위원회의 해외 입양 잠정 중단 권고는 아동·청소년·가족부의 승인을 거쳐야 시행될 수 있다.

입양 단체들도 중단이 길어지면 합법적 입양 기관들에 재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아동 해외 입양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나라는 노르웨이뿐이 아니다.

스웨덴의 경우 1960∼1990년 해외 입양을 놓고 자체 검토에 들어간다고 2021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한국에서 어린이를 입양하는 것을 중단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11월 마다가스카르 어린이 입양 과정에서 불법 돈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덴마크의 유일한 해외 입양 단체인 DIA는 정책 기관의 우려에 따라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덴마크 당국자는 "우리가 한 아이에게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을 만나도록 도울 때는 생물학적 부모와 함께 적절하게 입양이 이뤄지도록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 해외 입양은 1970년대 연간 400∼500건에 달했으나 최근 3년 간 20∼40건으로 줄었다고 DIA는 전했다.

노르웨이가 해외 입양 중단 조치를 내리면 이는 유럽에서 나온 가장 전면적인 제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다만 노르웨이는 이번 조치에 앞서 진행해온 입양 절차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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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6.25 전쟁 등으로 인한 고아를 해외에 입양 보내면서 시작된 한국 아동의 국제 입양은 1970년~1980년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시기 정부가 승인한 4개 사설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 유럽 등지로 입양 보내진 어린이는 2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960∼1990년대 덴마크·미국·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375명이 입양 과정에서 자신들이 고아로 서류가 조작된 의혹이 있다며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