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가 쓴 일상 속 300가지 사물의 기원
로마의 소변 치약·천연두자국 감춘 애교점…'뜻밖의 세계사'
로마인들은 사람 소변으로 치약을 만들었고, 콘택트렌즈를 처음 구상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고?
워털루 전투에서 다친 채 포로가 된 병사들이 치아까지 뽑히는 학대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맥락이 닿지 않는 이러한 내용은 문화비평가인 찰스 패너티가 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뜻밖의 세계사'에 나오는 얘기 중 일부다.

책에는 서양에서 유래돼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300가지 사물들의 기원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로마인들은 사람의 소변으로 치약을 만들어 썼는데, 액체 형태의 구강 청정제로도 사용했다.

1세기 무렵 로마 의사들은 소변으로 양치질하는 것이 치아를 희게 하고, 치아를 잇몸에 단단히 고착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 치과의사들도 몰랐던 소변 속의 성분은 암모니아였고, 이는 현대 치약에도 이용되고 있다.

1800년대 워털루전투, 남북전쟁 당시 포로가 된 병사들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치아를 마구 뽑히는 학대를 당했다.

이는 의치용으로 쓰이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젊은 미국 군인들의 치아가 유럽으로 수송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학대 행위는 자개류로 만든 의치가 나오면서 사라졌다.

로마 여인들의 가발은 게르만 포로의 머리카락을 뽑아 만들었다니 섬뜩할 정도다.

현대 여성들이 주로 찍는 애교점은 1600년대 무시무시한 천연두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얼굴에 생긴 천연두 자국을 감추기 위해 검은 실크나 벨벳을 오려 얼굴에 붙인 것이 시초다.

로마의 소변 치약·천연두자국 감춘 애교점…'뜻밖의 세계사'
이른바 '프랑스굽'이라고 불리는 하이힐은 코냑의 이름이자,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인 루이 14세가 유행을 주도했다.

루이 14세는 빛나는 업적에도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이 사라지지 않자 구두 굽을 높였고, 이를 본 귀족과 귀부인들도 구두 굽을 높이자 루이 14세는 이보다 더 높은 구두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프랑스 남자들의 구두 굽은 낮은 것으로 돌아왔으나 여성들은 3인치 정도의 하이힐을 고수했고, 파리의 유행에 젖은 당시 미국 여성들도 이를 따라 했다.

안경은 13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발명됐는데, 콘택트렌즈를 처음 제안한 사람도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엔지니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16세기에 쓴 '눈의 코드'에서 끝을 납작한 렌즈로 막고 물로 채운 짧은 튜브에다 눈을 갖다 댐으로써 시력을 교정하는 광학 방법을 묘사했다.

물이 눈알과 접촉하면 볼록한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킬 수 있다는 생각, 눈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물질이 물이라는 생각을 다빈치는 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선글라스의 기원은 서양이 아니었다.

1430년 전에 중국의 판관들은 법정에서 눈의 표정을 가리기 위해 연기로 안경알에 색깔을 입혀 착용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수백권의 참고 문헌과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사물의 유래와 각종 에피소드를 엮어 호기심과 지적인 욕구를채워주는 책이다.

북피움.52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