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는 대만 총통 선거 직후 지정학적 갈등 변화 가능성과 시장이 우려하는 리스크의 실체를 짚어보는 긴급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동북아리스크 분석 전문가로 꼽히는 앤드류 길홈 컨트롤리스크스 동북아시아 지정학리스크 분석 총괄과의 대담 내용 전문을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올해 세계 첫 대선이자 대만 해협 주도권을 놓고 미-중간 대리전으로 평가받아온 대만 선거 결과에 세계가 큰 관심을 보였다. 반중-친미 인사로 꼽혀온 라이칭더 대만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됐다. 총통 선거 이후 일각에선 전쟁 가능성 증대를 이야기한다. 대만의 지정학적 갈등, 이번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선거 이후 대만 해협의 전쟁 위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민진당의 승리가 중국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는 논리가 부족하다고 본다. 물론 대만에 대한 군사적 활동과 경제적, 정치적 압박이 반영구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5월에 라이 총통이 취임하면 이러한 중국의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2022년 8월과 2023년 4월에 보았던 수준의 대응은 기대하지 않는다.

(* 2022년 8월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의 제재가 있었고, 2023년 4월에는 중국이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진행했음-기자 주)

2022년과 2023년과 일어났던 수준의 '미니 위기'는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 전쟁 위험의 측면에서 볼 때, 전쟁의 방아쇠는 대만의 선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 동인은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비롯한다. 미국 대선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1월 14일 대만 총통 선거 지역별 후보 득표율 (출처=블룸버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대만 전쟁 시나리오와 대만 봉쇄 시나리오, 두 가지 경우로 나눠 국가별 GDP 축소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는데.



전쟁과 전면 봉쇄, 이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대만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문제를 우려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몇몇 전직 미군 관리들은 올해와 2027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저명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이번 달에 선거 이후 봉쇄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전쟁의 위험과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뜨거운 논쟁거리이므로 조금 더 설명하려 한다.

물론 대만과의 통일은 중국과 시진핑 주석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 많은 분석가들이 틀렸던(전쟁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사례를 들어 중국과 대만의 경우도 그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은 푸틴이 아니다. 그는 대만과의 전쟁이 대만 통일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근본적인 목표인 집권 유지, 중국의 안정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단독인터뷰] "반중 총통 당선은 큰 리스크...하지만 中의 대만 침공은 없을 것"
솔직히 말해서 전쟁과 봉쇄와 같은 이런 모호한 시나리오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날까?’, ‘봉쇄가 일어날까?’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시나리오다. 실제 시나리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려면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실질적이고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개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기 위해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개시하기로 선제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발적인 충돌이나 오판으로 인해 분쟁이 확대될 경우의 수는 그보다는 조금 더 많겠으나, 많은 잠재적 유발 요인으로 인해 예측하기도 더 어렵다.

봉쇄는 전면전보다는 가능성이 조금 더 있겠지만, 대만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봉쇄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매우 어렵고 위험한 작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대만을 봉쇄한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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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양안 관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중국은 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점진적이고 위험이 낮은 방식으로 대만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미국의 '간섭'을 억제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여기에는 2022년 8월과 2023년 4월과 같은 ‘미니 위기’를 비롯해 대만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 사이버 공격이 포함된다. 더 극적으로는, 대만이 실효지배 중인 마쭈열도나 금문도, 펑후현 일부, 동사군도 가운데 한 곳을 중국이 점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이야기했는데, 한국의 기업이나 산업을 위한 현실적인 대응책도 조언해줄 수 있나?

우리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막연한 예측을 하는 대신 기업과 협력해 위험도를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평가한다.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게임 체인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기업이 덜 극적이지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포함해 더 넓은 범위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쟁이나 전통적인 봉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가장 관련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군사적 봉쇄보다는 규제 수단을 통해 대만의 무역, 해운, 영공을 방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해상안전국이 선박을 검사하거나, 외국 기업이 대만과의 특정 거래 또는 경유에 대해 중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거나, 중국의 대만 정책과 입장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높은 실질적인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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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대만의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은 적어도 이보다 더 광범위하고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그 시나리오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지 평가하고, 위험을 완화하거나 관리할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사태의 확대 가능성을 주관적으로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트리거와 지표를 파악하고 이를 모니터링해 조기 경보를 발령하는 등 상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만 문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가 동아시아에서 대규모 전면전을 막는 안전핀으로 작용한다는 시장의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반도체 생산여력이 미국의 CHIPS 법안 등으로 미국으로 옮겨가면 중국-대만 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장의 관점이 전문가 입장에서는 타당한 시나리오인가?



대만과 지역 반도체 산업의 역할은 경제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시장이 이를 분쟁 위험 및 정치적 계산과 연관 지어 과장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대만을 군사력으로 점령하는 것을 막는 결정적인 억지력은 반도체 공급 차질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 전쟁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정치적 요인과 대규모 전쟁 시 발생할 중국의 치명적인 비용 위험이다.

생산 능력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대규모로 이동하더라도(이는 매우 멀고 불확실한 가능성이며 CHIPS 조치만으로는 달성되지 않을 것) 중국의 이러한 핵심 전략적 계산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게임 체인저’ 중 하나가 발생해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 훨씬 더 실현 가능하거나 필수적인 상황이 된다면, 반도체 문제가 중국의 행동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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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미국의 대만 지원이 반도체 중심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미국에 있어 대만의 전략적, 지정학적 중요성은 그 이상이다.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지배가 사실상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 영향력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인수하는 것이 중국 본토가 통일을 원하는 주요 이유는 아니다. 어쨌든 전쟁이 일어나면 물리적 파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고 핵심 인재를 잃게 되므로 반도체 업계에서 대만의 역할은 끝날 것이다.

▲최근 대만의 TSMC 미국 공장 가동이 늦어지는데, 이 역시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대만 측의 속내가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 프로젝트의 지연에 대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대만이 지정학적 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짐작해본다. 보다 일상적인 실질적인 요인(규제, 국내 정치, 상업 및 운영)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관측한다. 앞서 말했듯 TSMC의 움직임이 전쟁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크거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러한 연관성은 종종 과장된 측면이 있다.

▲대만 외에도 미-중 문제로 한국 기업들이 살펴야할 동북아 리스크가 있다면?



안보 측면에서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역시 심각한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 역시 이러한 다른 발화점들과 마찬가지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2022년 이후 북한의 행보를 고려할 때 2024년에 한반도에서 (전쟁까지는 아닌)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는 주로 한국에 대한 우려이지만, 미중 간 의견 불일치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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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게는 안보 분야보다는 무역, 기술, 규제가 미-중 정치 리스크의 가장 즉각적인 원천이 될 것이다. 올해는 중국 기술 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 등 미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해 이미 ‘앞으로 더 강력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희토류 수출 통제는 그 신호의 일환이었다.

▲대만 총선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결국 G2 때문이다. 총선 이후 미-중 갈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마찰을 지속시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다. 단기적인 예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총통 선거 후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다. 미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중국이 반발하는 행동이다. 중국이 선거와 관련된 미국의 행보를 얼마나 '도발적'으로 간주하는지와 라이 총통의 선거 후 발언에 따라 군사 훈련, 경고 또는 경제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 다만 당선 직후 라이 총통의 초기 발언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라이 총통과 민진당의 승리가 대규모 확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대표단의 방중이 중국을 심각하게 자극하거나 과거 선례를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덜 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대만 해협의 안정과 미중 관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이번 선거로 인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친독립' 민진당은 실제로 공식적인 독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친통일' 국민당은 진지하게 통일을 추구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만은 향후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 가장 큰 안보 화약고가 될 것이지만, 선거 이후에도 주요 동인과 촉발 요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미-중 관계 전망을 결정짓는 더 큰 요인이다.
[단독인터뷰] "반중 총통 당선은 큰 리스크...하지만 中의 대만 침공은 없을 것"
▲미-중 경쟁 일환으로 나온 미국의 법안들(IRA, CHIPS 등)도 한국 기업 리스크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데.

수출 통제는 미국 측 리스크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핵심 부분이다. 잘 알려진대로 전략물자 수출 통제 등 한국, 일본, 네덜란드와 같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 강화 등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또는 기술 분야의 시장 리더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은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산업과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17년 한-중 분쟁에서 소매업부터 화장품,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영향을 받은 서구 및 일본 기업에는 패션 브랜드, 물류, 식품, 은행, 호텔, 항공사 등이 포함됐다. 주요 광물이나 에너지와 같은 부문의 공급 중단은 광산업체와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만간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반중' 행동에 대해 더 자주 또는 더 공격적으로 보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에서 경험했듯이 중국은 미국 자체보다는 미국 동맹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 때 더 심한 제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헤드라인 리스크(부정적인 뉴스가 회사의 실적과 평판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험)‘뿐만 아니라 중국 규제 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잠재적 노출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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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초거대 위협으로 미-중간 디커플링을 꼽으며 한국은 두 나라 가운데 한 축을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길홈 디렉터는 한국 정부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외교통상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현재도 당시의 해법을 유지하는지,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혹은 취해야 하는 '유연한' 대처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매우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정부와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미국과 서방 또는 중국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글로벌 시나리오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한다. 이는 학자나 경제학자들은 쉽게 말할 수 있는 매우 단순한 관점이지만, 그러나 거대한 시장과 자산, 생산 및 공급망이 여러 국가와 지역에 걸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업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접근 방식이 아니다.

실제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기업들은 ‘미국 쪽을 선택해야 하므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거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고 싶어서 모든 생산을 한국과 서방으로 옮긴다’고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은 위험과 기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즉각적이거나 완전한 탈중국화를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중국에서의 기회와 기존 약속이 너무 크고 위험은 아직 확실하지 않거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아서 탈중국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그 자체로 상당한 상업적 비용과 운영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부 지정학적 위험은 수년 동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디커플링 자체는 다가올 위험이라고 진단하는가?

우리의 앞으로 5년간 지정학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디커플링으로, 가장 전략적인 부문에 따라 혼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충격이나 촉매제가 더 갑작스럽고 깊고 파괴적인 디커플링을 일으켜 기업들이 훨씬 더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정을 해야 하는 시나리오도 매우 신빙성 있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각 시나리오가 다양한 기간에 걸쳐 기업의 특정 노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매우 즉각적이고 분명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일부 고객사들은 중국이나 미국 중 한 쪽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쪽 시장의 규제, 정치적, 평판 압박을 우선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은 5년 안에 중국 시장 점유율이나 접근성을 상당 부분 잃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2~3년 안에 엄청난 수요와 기회가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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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한국 정부 지도자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현 대통령의 세계관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두 정부 모두 기본적으로 헤징과 균형, 탈냉전과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미국에 더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아시아 정부, 심지어 많은 유럽 정부도 더 결정적인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는 한 이러한 '균형 잡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과 다른 수도의 지도자들은 미국 대선이나 대만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는 미래 시나리오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현재로서는 정부와 기업 리더 모두 비슷한 기본 접근법에 의존해야 한다. 몇 년 동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위험 허용 범위 내에서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대안적이고 장기적인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 대비하고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적응을 시작해야 한다. 안정만을 바라며 다른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대응하기를 기다리는 식은 안 된다.

그 사이에 서로 다른 국가 간, 또는 위험과 기회 간 특정 상충관계에 대한 사례별 결정의 기초로서 명확한 프레임워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상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특정 사건이 다른 시나리오로 진행될 때 리더가 대응의 우선 순위를 바꾸거나 더 긴급하게 조정해야 할 때를 위한 조기경보체계도 필요하다.
앤드류 길홈 컨트롤리스크스 동북아 지정학리스크 분석 총괄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