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도 6G 찍었다'…통신장비주 수년만에 '들썩'
한동안 내리막을 탔던 통신장비주들 주가가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6세대(6G) 이동통신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어서다. 6G 통신망 구축이 본격화되면 이들 기업의 장비 수주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수년간 내리막 타던 통신장비주 급상승

15일 장중 기지국 안테나·고주파(RF) 장비 생산 전문 기업인 에이스테크는 26.30% 오른 2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무선통신장비 전문업체 케이엠더블유는 16.35% 뛴 1만5440원에 거래중이다. 이 기업은 소형 기지국(스몰셀)과 고주파(RF) 장비 등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다. 지난 11일 이후 주가가 20%가량 올랐다.

유무선 자동측정·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노와이어리스는 8.04% 올랐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중계기와 유선전송장비를 공급하는 쏠리드는 7.36% 올랐다. RFHIC는 4.55% 올랐다. RFHIC는 5G 기지국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질화 칼륨(GaN)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삼성전자 등 국내외 통신사에 공급한다.

주요 통신장비주 주가는 대부분 2021년 초 이후 장기 하향선을 그렸다. 국내 5G 상용화 시점인 2019년부터 1~2년간은 망 구축 초기라 장비 수주 실적이 증가세였지만, 이후부터는 주요 기업들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하향 안정화하면서 실적도 내렸기 때문이다. 통신망은 보통 구축 초기에 가장 많은 투자가 집행된다.
'이재용도 6G 찍었다'…통신장비주 수년만에 '들썩'
'이재용도 6G 찍었다'…통신장비주 수년만에 '들썩'
하지만 올들어선 분위기가 반전됐다. 통신업계 안팎에서 6G 기대감이 오르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경영 행보로 6G 통신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동향 점검을 택한 게 그런 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과 차세대 통신 기술 트렌드 등을 살폈다. 이 회장이 새해 첫 경영 행보로 네트워크 통신 기술 현장을 찾은 것은 5G 국내 도입 시기였던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올해가 통신장비주 대세 상승 진입 원년"

6G는 기존 5세대(5G) 통신보다 최고 50배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꿈의 통신’으로 불린다. 5G보다 주파수를 더 끌어올리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대역폭이 넓어져 네트워크 전송 속도와 반응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6G의 이론상 최고 속도는 초당 1테라비트(1Tbps)로 5G 통신 최고 속도보다 50배 빠르다. 네트워크 반응 속도를 뜻하는 지연도는 0.1밀리초(1만분의 1초)다.

6G를 통하면 5G로는 실현할 수 없는 실시간 원격수술, 완전 자율주행차, 에어택시, 디지털트윈 기반 도시 관리 등 각종 고도화된 융합 서비스를 대규모로 벌일 수 있다.

국내 당국은 2026년에 6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시연하는 게 목표다. 통신업계에선 시연 이후 국내 6G 상용화가 2029년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5G보다 고도화한 5G 어드밴스드 단계를 과도기 격으로 거쳐 6G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올해부터가 통신장비주 상승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례를 볼 때 주가 상승 시점은 새로운 통신기술 도입 시점을 일반적으로 1년에서 최대 2년가량 선행한다"며 "내년 5G 어드밴스드 투자가 시작된다면 올해 초부터 통신장비주가 움직일 것이고, 2026년 말부터 6G 투자가 개시된다면 올해 말부터는 통신장비주가 대세 상승기로 진입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각 분야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6G 통신 도입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통신망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2019년 5G 도입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인당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은 3배로 늘었다"며 "온디바이스 AI 등이 트래픽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장비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