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반복되는 초전도체株 '경계령'…이석배 발언에도 하락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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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논문 참여자 중 한 명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가 공개한 LK-99 샘플. /김현탁 교수 사이언스캐스트(Science Cast) 계정
LK-99 논문 참여자 중 한 명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가 공개한 LK-99 샘플. /김현탁 교수 사이언스캐스트(Science Cast) 계정
초전도체 관련주가 하루만에 하락 전환했다. 초전도체 후보 물질인 LK-99 관련 논문을 작성한 이석배 퀸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첫 공식 석상에서 새로운 발언을 하지 않자 실망감이 반영됐다. 잦은 주가 널뛰기에 ‘테마주’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성델타테크는 전일 대비 20.29% 하락한 5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파워로직스는 7.54% 하락한 8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남씨씨에스 역시 각각 6.17%, 4.24% 하락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부터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돼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8일에는 이 대표의 등장 예고만으로도 9.31~30%까지 치솟은 종목들이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에서 열린 연세대 양자산업융합선도단(QILI)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초전도체 후보 물질 LK-99 관련 논문이 사전 공개된 이후 첫 등장이다. 그는 이번엔 LK-99에 황을 더한 물질인 ‘PCPOSOS’를 개발했다며 “초전도체에 대한 정밀한 이론을 정립한 상태로, 합법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3월 학회에선 연구를 함께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매리대 연구교수가 관련 물질에 대한 발표도 진행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없다며 검증 백서를 낸 바 있다.

기술의 진위와 별개로, 투기 심리에 따른 부작용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논문 공개 이후인 작년 7월 22일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신성델타테크의 장중 최고가는 6만9600원, 최저가는 1만2080원이었다. 파워로직스의 경우 각각 2만1700원, 542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수없이 반복한 가운데, 지난해 8월엔 손실을 본 한 투자자가 “죽창을 들고 업체를 찾아가자”며 협박성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같은 달 기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초전도체주가 급락하자,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패닉셀’ 성격의 투매로는 한계가 있다”며 “매수와 매도 회전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과거 외국계 증권사 알고리즘 매매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17년 시타델증권은 짧은 시간 안에 컴퓨터로 수많은 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매매로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급락 직전 관련 업체 주주들은 이득을 봤다. 서남의 최대 주주였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주가가 폭등하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신성델타테크의 주요 주주였던 일본의 고목델타화공은 12.71%였던 지분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0.1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이후에도 초전도체주들은 주가 널뛰기를 반복했고, 시장에선 ‘묻지마 투자’의 대표적 사례란 평가까지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초전도체와 같은 테마주도 기술에 대한 이해와 주가 변동성에 대한 대처 능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투자는 기관과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영역으로, 특히 개미 투자자의 경우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