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들이 연초부터 대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은행주의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지금이 은행주 매수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 인상이 대체로 은행주에 악재로 인식되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선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투자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고 △대출이 늘고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작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여기에 배당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금리인하기 역발상 투자…은행株 '재조명'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4.6% 하락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주의 주가가 모두 연초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가 줄어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선 금리 인하가 오히려 은행주에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 은행의 NIM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오는 3월 배당을 노리는 매수세도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가 결산배당 기준일을 연말에서 ‘배당금 확정 이후’로 바꿨다. 결산배당에만 정부 방침이 먼저 적용되면서 ‘작년 결산배당’과 ‘올해 1분기 배당’ 기준일 시기가 겹치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4대 은행주는 결산배당 기준일을 결산기말에서 ‘이사회가 정하는 날’로 변경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투자와 관련해 서서히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며 “특히 1월 중·하순이 비중 확대 적기로, 최근 주가가 하락해 가격 매력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상생금융 강화 방안 등은 여전히 주가에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홍콩H지수 ELS 사태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만약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발견돼 일부 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약 8조4000억원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손실 처리될 것이 유력하다.

최근 태영건설로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우려 역시 은행주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2조원 규모 상생금융도 주요 은행의 배당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은 상생 경영에 따라 다음달부터 2억원 이하 개인사업자 대출 중 연 4%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를 돌려준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