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맞서 개도국 규합 꾀해"
중국, 작년 17개국과 외교관계 격상…시진핑 집권 이후 최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 맞서기 위해 개발도상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가장 많은 나라와 외교관계를 격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외교부 성명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지난해 외교관계를 격상한 나라가 17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 주석이 2013년 주석 자리에 오른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들 국가는 중남미의 베네수엘라·우루과이·콜롬비아·니카라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 아프리카의 잠비아·에티오피아, 태평양의 솔로몬제도 등이다.

대다수가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개발도상국이다.

미국이 대체로 선진국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반대로 개발도상국들에 구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선된 모하메디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도를 택하는 몰디브의 관행을 깨고 지난 8일 중국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이런 중국 외교의 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처럼 중국이 지난해 활발한 외교 공세에 나서면서 시 주석의 외교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해외 방문을 줄여 고작 12일만 외국에 머물렀는데, 이는 그의 집권 이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을 제외하고 연간 최소 일수다.

대신 외국 정상을 중국으로 열심히 초청, 작년 중국에서 세계 개발도상국 지도자 약 70명을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은 주로 지난해 5월 열린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정상회의, 10월 개최된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통해 외국 정상들과 대면해 협력을 다짐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윈쑨은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많은 나라들과 동반자 관계의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중국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민대의 왕이웨이 유럽학센터 국장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점차 분열하는 세계에서 더 많은 파트너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이들 국가와 외교관계를 격상함으로써 미래를 위해 원자재와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인 에릭 올랜더는 외교관계 격상은 "물질보다는 (국제사회의)여론과 정치에 대한 것"이라면서 서방은 외교관계 격상에 그만큼의 가치를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랜더는 작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격상한 국가의 "다수가 (중국이) 미국·서방과 다투는 지역에 있다"면서 "그들은 외교관계 격상으로 중국의 세상에 갇히게 되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