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소극적 수주 계획에 조선주 '출렁'…증권가선 "우려할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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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소극적 수주 계획에 조선주 '출렁'…증권가선 "우려할 일 아냐"
새해 들어 조선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조선가지수 고공행진이 이어졌지만, 조선사들이 소극적인 수주 계획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별 수주 전략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오션, 컨테이너선 영업 중단키로…HD현대그룹은 수주 목표 깎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한화오션은 2.81% 하락한 2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거 주력 선종이었던 컨테이너선 수주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한화오션이 시장에서 빠져 나간다는 소식에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들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반등했다. 이날 HD한국조선해양은 1.08%, HD현대중공업은 2.89%, 삼성중공업은 0.40% 상승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저가 수주 경쟁을 주도해 국내 조선업계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 첫 주였던 지난주 한 주 동안 HD한국조선해양은 8,44%, HD현대중공업은 6.20% 급락했다.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소극적인 올해 수주 목표를 제시한 게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수주 이벤트에 주가가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 조선사 스스로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를 시인한 셈이어서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의 조선 계열사 3곳의 올해 합산 수주 목표액은 158억달러다, 작년 수주금액 223억달러 대비 29.15% 적은 수준이다. 올해 매출액 가이던스(자체 전망치·24조1000억원)보다도 적다. 수주잔고가 감소하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소극적 수주 목표는 수익성 확대 위한 선별 수주 강화 전략”

하지만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의 소극적인 수주 목표 제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극적인 수주 목표치 제시를 수익성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이번 가이던스는 각 조선계열사들의 수주 잔고가 크게 팽창한 상태에서 설정됐기에, 선별 수주 전략 강화 의지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HD현대그룹의 조선·해양 부문 수주잔고는 3년치 일감을 초과하는 상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잔고는 지난 2년동안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552억달러로, 2021년말(320억달러) 대비 약 73%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31%가량 증가해 332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한화오션은 작년 11월말 기준 287억달러로, 2021년말 대비 21% 늘었다. 선가를 깎아서 수주할 이유가 없다.

이에 신조선가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주말 기준 180선을 돌파했다. 한 연구원은 “신조선가가 이미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며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선가 강세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조선가지수의 역사상 최고치는 2008년 8월의 191.5다.

운하 차질 따른 해상운임 상승의 간접 수혜 기대도

운하 리스크가 이어지는 데 따라 해상운임이 치솟고 있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조선사들에 수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사들의 곳간이 채워지면 선박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직전주 대비 7.8% 상승한 1896.7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5000 이상으로까지 치솟았던 SCFI는 작년 1000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홍해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급등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글로벌선사들이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않으면 아시아지역에서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 아프리카대륙을 돌아야 한다. 미주서안과 동안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에서도 가뭄으로 인해 선박 통과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상운임과 신조선가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지만, 이번 운하 차질은 신조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한영수 연구원은 분석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이 운하 리스크를 일시적인 이슈로 받아들이면 선가를 높이기 어려워서다.

다만 한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간접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다”며 “선사들의 손익이 개선되면서 기존 수주잔고의 취소 혹은 인도지연 가능성이 완화되고, 친환경선박 투자 여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