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반도체 공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반도체 공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한국 건설기업들이 해외에서 지난해 수주한 금액이 333억달러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수주액이 크게 늘어났고, '신 중동 붐'으로 중동지역 수주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310억달러)보다 7.5% 증가한 333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321개 기업이 95개 국가에서 606건을 수주한 금액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99억8000달러를 올려 전체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전년(34억6000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이 1위에 오른 건 해외수주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선 영향이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공장을,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현지에 건설하고 있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에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이들 대기업들이 발주한 일부 공정을 한국 건설사가 따내면서 수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수주액은 2021년 9억4000달러로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나 2022년 34억6000달러로 훌쩍 뛴 뒤 지난해 1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95억달러(28.5%)로 뒤를 이었으며 대만이 15억달러(4.5%)로 3위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중동 지역 수주액이 전년보다 26.7% 증가하며 114억달러(전체의 34.3%)로 지역별 수주액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어 북미·태평양이 130억달러(31.0%), 아시아가 68억달러(20.4%), 유럽이 21억달러(6.3%)로 뒤를 이었다.

중동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셔틀 정상외교를 펼치며 수주를 늘려갔던 국가다. 한국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1973년 이후 단일 계약 건으로 최대인 50억8000만달러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를 비롯해 23억7000만달러 규모의 자푸라 가스플랜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성사되면서 중동지역 수주액이 늘어났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