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에 폭언·폭행…피해 의사 "휴직도 고려" 가해자 고소키로
CT 촬영 필요한데…"왜 찍냐" 응급실서 난동 피운 만취 보호자
머리를 다쳐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의료진에게 만취 상태의 보호자가 폭언을 쏟아내고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오전 0시 18분께 강원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에 30대로 보이는 여성 환자 1명과 비슷한 나이대로 추정되는 남성 보호자 1명이 119를 통해 내원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응급의학과 의사 A씨는 낙상 사고로 여성 환자의 머리가 심하게 부은 것을 확인하고는 두개골 골절이나 두개골 내 출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CT 촬영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자 심한 만취 상태였던 보호자 B씨가 "이런 일로 CT를 찍느냐"며 욕설하기 시작했다.

A씨는 재차 CT 촬영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B씨는 "말투가 건방지다"라거나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며 따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주먹으로 폭행당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B씨가 1시간가량 난동을 피우면서 응급실은 업무가 마비돼 환자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A씨는 조만간 상해 진단과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뒤 B씨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이 병원에서만 4년째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그는 "지역에서 홀로 밤을 지키는 응급실 의사들에 대한 주취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로 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응급의료는 서울과 현실이 다르다.

사람이 매우 부족해서 허덕이며 돌아간다.

수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지역 비하 놀림까지 받으면서 인권을 무시당하고, 수치심까지 느낄 정도로 짓밟히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사건 발생 당시 112 신고받은 경찰은 B씨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